표준임대료ㆍ신규 임대료 전월세상한제 줄줄이 대기
여당 주도로 통과된 새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국 아파트 전세시장이 ‘대란’을 겪고 있지만 정작 여당은 추가 임대차법 개정안 통과를 벼르고 있다. 최근 전세난은 임대차 2법 시행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이지만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임대차시장의 부작용을 경험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 임대차 보장 기간을 최대 6년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6년과 중·고등학교 6년 학제를 취하고 있고 임차인의 거주 기간이 자녀 취학 기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임대차 보장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임대차 존속기간을 3년으로 해서 임차인 주거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의 전세 임대차 기간 6년 보장법안 발의는 최근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심각한 전세난을 겪는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7월 말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해 2년 더 사는 사례가 늘어난 이후 전세난은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91.8로 2015년 10월(193.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최대 6년까지 전세계약을 보장하면 6년간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순 있겠지만 전세 매물 품귀와 함께 6년 뒤 전셋값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전세시장 혼란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신규 전세계약에 대한 전·월세 상한제 도입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현행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기존 계약 임대료의 5% 이상 못 올리게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집주인이 세입자를 바꾸면서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 이 의원 발의안은 신규 전·월세 계약에도 상한제를 확대 적용해 임대료를 올려받지 못 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임대차 물량 축소를 부추기고 법 시행 이전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대폭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도 이달 중순부터 여당을 중심으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가 임대료 상승 제한을 위해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도지사가 표준임대료를 산정해 공시하고 행정기관이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료 통제는 사적 자치 원칙에 반하고 임대인 재산권도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