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시 태어나도 박지선으로"…박지선 발인, 자존감 높았던 멋쟁이 희극인

입력 2020-11-05 00:00수정 2020-11-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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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시 태어나도 저로 태어나고 싶어요." 박지선 외모로 인한 악플에도 '개그맨으로 최적의 외모'를 갖췄다며,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하다"라고 당당히 외쳤다. (출처=EBS 방송 캡처)

"신부 분장보다는 바보 분장을 못해 아쉬워요."

'2008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여자 우수상을 수상하며, 그가 남긴 수상 소감이다. 박지선은 지병인 햇빛 알레르기와 피부 질환으로 그 흔한 스킨, 로션조차 바르지 못했다고 여러 차례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안타까워했던 건 화장보다는 개그맨으로서 분장을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박지선은 당시 "화장을 못해 슬픔을 느끼는 20대 여성보다는 분장을 못해 더 웃길 수 없어 아쉬워하는 20대 개그맨이 되고 싶다"라고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박지선은 지난 2일 오후 1시 44분께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 마포경찰서는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검토했지만, 타살 가능성이 낮고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고자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박지선 발인은 5일(오늘) 오전 11시 진행된다.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인천 출신인 박지선은 유독 부모님, 할머니와 각별한 정을 나눴던 살가운 딸이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박지선은 누구보다 착실하게 공부하며 부모님의 속을 한 번도 썩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지선이 외모로 악플을 받았을 당시, 부친이 직접 나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박지선은 진짜 여자냐'라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부친은 딸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 등을 회상했다.

부친은 "초중고 줄곧 우등생과 학교 반장을 도맡아 했고 아주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었다", "거기다 유머까지 가지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많았다", "싸인도 없다. 마지막에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그려주던 아주 귀여운 그림 하나 그려주는 게 전부다. 처음으로 싸인해준 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바꾸질 못하겠단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절대 자신을 내세우는 박지선이 아니다" 등의 말로 속 깊은 딸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내 딸 박지선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이 함께하길 바란다"라며 "아픔을 겪고도 좋은 대학교에 갔던 것처럼 어떤 역경이 닥쳐온다고 해도 박지선은 헤쳐나가리라 본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박지선은 모친과 최근까지 함께 생활해왔다. 박지선은 피부가 약한 자신 때문에 어머니도 화장을 하지 않게 됐다며, 애틋함을 전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는 "우리 엄마 화장대엔 로션 하나 스킨 하나. 화장 못하는 딸 위해서 엄마의 화장대도 가난해졌다. 엄마도 나도 꾸밈없이 살아간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박지선은 자존감 높은 희극인이었다.

박지선은 2015년 EBS 프로그램 '지식채널e'에서 '사랑해 지선아'라는 주제로 자신의 삶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저로 태어나고 싶어요.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라며 높은 자존감을 드러냈다.

또 같은 해 '청춘 페스티벌'에서도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서는 못생긴 외모지만 개그맨 집단에선 긍정적인 일로 표현해 주는 거예요"라고 말해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개그계부터 영화, 드라마, 가요계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쳤던 박지선 사망 비보에 연예계도 큰 충격에 빠졌다.

절친 이윤지, 레드벨벳 예리, 서현 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안영미와 김신영, 정선희 등 동료 개그우먼들은 큰 충격 속에 라디오 일정을 중단했고, 빈소에는 배우 박정민을 비롯해 유재석, 지석진, 송은이, 김숙, 박성광, 홍석천, 김영철, 최양락, 팽현숙, 전유성, 조세호, 김수용, 이상준 등 개그계 선후배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3일 37번째 생일을 맞이한, 짧지만 성실하게 살았던 고인의 시간들을 사진으로 정리해봤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지선은 타고난 입담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데뷔 1년 만에 코미디 여자 부문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신부 화장보다는 바보 분장을 못해 아쉽다"라며 천상 개그맨다운 면모를 뽐냈다. (출처=KBS 방송 캡처)

▲2009년 KBS 프로그램 '1대100'에서 연예인 최초로 1인으로 남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당시 받은 5000만 원의 상금은 전액 부모님께 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KBS 방송 캡처)

▲KBS '개그콘서트'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은 박지선은 '참 쉽죠잉'이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당시 박성광, 오나미 등과 호흡을 맞추며, 전성기를 맞았다. (출처=KBS 방송 캡처)

▲책, 캐릭터,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좋아한다고 밝힌 박지선의 '최애 캐릭터'는 펭수다. 그는 대학 잡지에 나온 펭수 때문에 졸업한 뒤 처음으로 모교를 찾았다고 말할 만큼 '펭수 마니아'였다. (출처=펭수 인스타그램)

▲타고난 입담과 편안한 진행 실력으로 다양한 행사에서 MC로 활약한 박지선. 그는 또래 청춘들에게 자존감을 가지라며 공감과 위로를 선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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