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민들 "자고나면 1억 뛰는데 하루 빨리 규제하라" 정부 비판 쇄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부동산 규제를 비껴간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풍선효과로 치솟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정부에 규제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외지인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뒤늦게나마 규제지역으로 지정해 급등세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이다. 정부가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수도권 전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은 6‧17 대책 이후, 비규제지역인 부산으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이 유입되며 집값이 급속도로 오르는 중이다.
4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6~10월 동안 1.86% 급등했다. 이 기간 해운대구는 6.54%, 수영구는 3.42% 솟구쳤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부산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전용면적 148.2㎡형은 최근 23억 원에 팔렸다. 동일 평형은 6‧17 대책이 나오기 직전 19억8000만 원에 매매 거래된 바 있다.
삼익비치 전용 84.83㎡형의 실거래 가격은 6월 초 10억5000만 원에서 지난달 14억 원으로 뛰었다. 면적을 불문하고 4개월여 만에 3억 원 넘게 폭등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한 이후로는 1년 새 10억 원 이상 치솟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부산은 비규제지역으로 실거주 의무가 없어서 외지인 투자 문의가 꾸준하고 거래도 많다”며 “거래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인데 아파트 단지마다 단톡방을 만들어 호가(부르는 값)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포 등 타지역도 "세입자 살게 해 달라"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토부 여론광장에는 정부가 규제지역 지정을 하루 빨리 해달라는 부산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매일 쇄도하고 있다.
부산의 한 세입자는 “자고나면 오르는 아파트값에 걱정되고 한숨만 나와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부산에서만 쭉 살아온 40년 인생에 이런 고삐 풀린 시장은 처음 본다”고 호소했다.
다른 시민은 “엘시티 입주에 딱 맞춰 조정지역을 풀어버리곤 전국의 투기판이 되게 방관하고 있는데 부산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라면서 “조정지역 요건을 충족했는데 왜 안하고 내버려두나.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까지 놔두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토부 여론광장을 도배되다시피 올라온 게시글들은 부산 전체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시내에서도 오름폭이 큰 자치구들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청이 주를 이룬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셋값도 급등해 피해가 큰 지역민들이 먼저 나서 집값을 잡아달라는데,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 외 다른 지역에서도 집값 안정화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원성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크게 나타난 경기도 김포의 한 주민은 “4억 원짜리 아파트가 6억~7억 원이 됐다”며 “규제지역으로 묶든 공공임대를 많이 짓든 전세 사는 사람들 좀 살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