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장(전무) “퇴직연금이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돼 있는데, 저금리가 지속하다 보니 이 상태로는 노후 대비가 어렵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면서 “퇴직연금 자산은 말 그대로 직장인들의 노후 자금인 만큼 장기적 안목으로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률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몸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기준으로 연금펀드 수탁고 8조 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는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자산을 조절하는 이른바 TDF(타겟데이트펀드) 인기가 주효했다. 미래에셋 TDF시리즈 전체 규모는 올해에만 운용사 중 가장 큰 규모인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류 전무는 25년간 운용업계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그는 2018년 자신의 운용업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자산운용의 간판 상품인 TDF를 설계에서부터 참여했으며 현재는 TDF을 비롯한 연금부문 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연금펀드의 경우 일반 투자상품들과 달리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다른 상품처럼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펀드 상품 단에서 관리돼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상품 자체에서 리스크 관리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한 면에서 TDF 상품은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적절히 투자해 적절한 대안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가 만든 미래에셋전략배분 ‘타겟 데이트 펀드(TDF)’ 2종과 미래에셋평생소득 ‘타겟 인컴 펀드(TIF)’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연금 대표상품으로 선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30인 이하 기업의 퇴직연금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한다. 공단 퇴직연금 대표상품으로 선정되면 해당 상품이 공단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그만큼 공단 측에서 연금펀드 상품으로서 미래에셋 TDF와 TIF의 수익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류 전무는 “퇴직연금 시장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이에 대한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사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소기업에게는 남의 이야기”라면서 “30인 미만 기업은 오히려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잘 갖춰져 있지 않거나 규모가 작아서 금융사들의 관심 밖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근로복지공단이 어떻게 하면 이들 기업의 퇴직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 상품을 선택해준 것”이라면서 “공단의 공공적 성격에 맞춰 공단전용 클래스를 만들어 판매 보수를 낮게 책정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단에 제공되는 이 상품은 약 5억 원 정도가 팔렸다. 류 전무는 이 규모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퇴직연금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현재 여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디폴트옵션이다. 디폴트 옵션이란 근로자가 직접 금융기관과 투자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별도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들이 자동으로 미리 짜놓은 포트폴리오에 맞춰 투자하는 제도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디폴트옵션이 없다 보니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자동으로 TDF에 연결시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동전의 양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학개미운동으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자신의 연금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도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이 퇴직연금 일부를 가지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퇴직연금의 자산 특성상 공격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중요한데, 이로 인해 손실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발생할까 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