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고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밤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승리를 공식화했다. 투표가 치러진 지 나흘 만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밤 성조기가 나부끼는 단상에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넥타이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올라와 승리 선언 연설을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성조기와 야광봉 등을 흔들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바이든은 “미국민이 목소리를 높여 우리를 확실한 승리로 이끌어줬다”며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합시키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이든은 약 20분 간 이어진 연설에서 “나는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다스릴 것”이라며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치유의 시간”이라며 결속을 호소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실망한 걸 안다. 하지만 지금은 폭언을 멈추고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들을 때다”라며 다독였다.
앞서 이날 오전 미국 언론들은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넘기자 일제히 “바이든이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시간 8일 오전 개표율 99% 상황에서 바이든은 279명, 트럼프는 214명의 선거인단을 각각 확보했다.
바이든은 득표 수 7400만 표로 2008년 버락 오바마(6949만 표)를 넘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 수도 7000만 표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대선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는 점에서 2016년 대선의 데자뷔인 것 같지만 미국인들의 선택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업적에도 코로나19 감염 희생자가 계속 늘자 결국 ‘생명’을 택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 연설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승리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이뤄졌다. 골프장에서 바이든의 승리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건 1992년 제41대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