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비교하기는 좀 이르지 않을까요? 쿠팡은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저희 점유율과 굳이…"
최근 배달앱 시장에서 쿠팡이츠의 약진과 관련해 대응 전략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서비스 개선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가 결코 후발주자에 대한 대응 차원은 아니라는 어조였다. 최대 경쟁자였던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한자릿수임을 감안할때 배민의 이런 입장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갈수록 '시장 변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면서 긴장감이 사라진 조직이 후퇴한 사례는 국내외 경영계에서 예시를 들 필요가 없을 만큼 익히 봐온 터이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이츠'를 내놓으며 배민과 요기요가 과점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서비스의 경쟁력은 간명하다. 정확하고 빠른 배송이다. 쿠팡은 '배달원 1인, 多배송'이 기본인 경쟁사와 달리 '배달원 1인, 1배송'이라는 기본에 충실해 '신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배달비용이 부담되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자본으로 무장한 쿠팡에게 아직까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쿠팡이츠는 출시 1년이 지나면서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OS 기준 9월 쿠팡이츠 사용자 수는 92만381명으로 전월(74만8322명)보다 22.9% 증가했다. 전년 동기(18만6214명) 대비로는 5배가량 늘었다. 쿠팡이 사용자를 늘리는 1년 사이 배민은 9월 사용자 수가 전월보다 20만6958명, 요기요는 50만464명 줄었다.
그간 후발주자로 진출한 시장마다 파괴에 가까운 혁신전략을 이끌며 '메기'라는 별명이 붙은 쿠팡의 진격은 배달앱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도전적인 후발주자의 등장은 기존 사업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어 시장 경쟁과 발전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이득은 '배달의 시대'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 누릴 수 있다. 영원한 1등은 없다. 적어도 배달앱 시장에서만큼은 쿠팡의 약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