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차기 미국 정부가 버락 오바마 정부와 같이 대북정책에 있어 ‘전략적 인내’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 장관은 이날 미국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한 다음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대북정책이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바이든 쪽 여러 인사가 공개적으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때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닐 것 같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이어 “지난 3년간 여러 경과나 성과를 바탕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펼친 대북 정책을 통해 진전된 성과를 반영해 대북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을 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강 장관은 바이든 당선자 측과의 협력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로서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축하해주신 상황이고, 지금까지 조심스레 했던 부분에서도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 방문 기간 바이든 당선자 측과의 접촉에 대해선 “온 기회에 미국의 정국이 그런 방향이어서 대사관에서도 많이 준비한 것 같다”면서 “아마 만난다 해도 그쪽에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 공개적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으며 9일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한다. 그는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왔지만, 폼페이오 장관과는 늘 소통해왔고 내년 1월 20일까지는 저의 상대역이어서 왔다”면서 “여러 현안에 대해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북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특사를 보내든지, 대화 통로를 열어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가도록 신뢰를 쌓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방문해 이를 강력히 설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국민의힘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미국 방문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교를 모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20일까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라며 "인수위팀에 전임 행정부의 여러 내용을 인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강 장관의 방미에 대해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부적절한 시기"라며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고 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반발하는데 이 와중에 현 정부 국무장관을 만난다면 정권을 이양받는 측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