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4번째 휴전 합의…“아제르에 일부 영토 양도”

입력 2020-11-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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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재로 교전 중단·러시아 평화유지군 파견 합의
아르메니아 총리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결정”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한 남성이 8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로 탈출하기 위해 창문에 금이 간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9일 4번째 휴전 합의를 맺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AP뉴시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4번째 휴전 합의를 맺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이 점령한 일부 지역의 지배권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주기로 했다. 앞서 3차례나 휴전 합의를 지키지 않은 양국이 이번에는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러시아의 중재로 이날 휴전 합의를 맺었다. 합의에 따라 양국은 10일 0시부로 교전을 멈추고, 러시아는 5년간 평화유지군 2000명을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파견한다.

이번 평화 협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군이 점령한 아그담과 라친 등 일부 지역의 지배권을 넘겨준다는 내용이다.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에 대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결정”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승리가 아니지만 스스로 패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패배는 없다”고 덧붙였다.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합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러시아의 특별한 역할 덕분에 세 국가의 지도자가 갈등을 풀 합의에 서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두 번째로 큰 마을인 슈시까지 점령하는 등 이번 합의로 분쟁 지역 상당 부분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날도 아제르바이잔군이 아르메니아에 주둔하고 있던 러시아 소속 전투 헬기를 격추하는 등 크고 작은 교전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러시아인 조종사 3명 중 2명은 숨지고 1명은 병원으로 호송됐다. 아제르바이잔은 자국군이 실수로 러시아 헬기를 격추했다며 보상을 약속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9월 27일부터 교전을 벌여왔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제르바이잔에 편입돼있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10일부터 세 차례나 휴전 합의에 서명했음에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교전을 재개하는 등 번번이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

이날 휴전 합의가 공개되자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선 수천 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정부 건물에 침입하는 등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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