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이대론 안된다(하-2) ] 안 지켜도 그만?… ‘상생협약’도 제 기능 못해

입력 2020-11-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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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한국급식협동조합, 롯데푸드, 신세계푸드, 풀무원식품, 후레쉬서브, BGF푸드와 함께 ‘도시락류 제조업의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8월 상생협약 맺은 ‘도시락’
코로나19·경기침체 이유로
대기업서 위탁 물량 못 받아
자율규제라 처벌규정도 없어

심사과정이 복잡하고, 최장 15개월이 걸리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보다 ‘상생협약’으로 눈을 돌리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대기업이 대다수 업종에 진출해 있다 보니 ‘갑’의 위치인 대기업과 맞서기보다 상생협약으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소상공인 업체는 상생협약 외에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생협약을 택한다고 토로한다. 반면 상생협약으로 선회한 품목에서도 대기업이 이를 잘 지키지 않아 소상공인의 피를 말리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상생협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 등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품목 지정 단계로 가지 않고 대기업과 소상공인단체가 상생협약을 통해 소상공인 업종 보호에 나서는 품목은 △메밀가루 △제과점△앙금류 △햄버거빵 △어묵 △화초소매 △전통떡 △도시락 △막걸리 등 9종이다. 이 외에 오프셋인쇄 3종은 애초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했다가 현재 자율 상생협약 단계로 돌아섰다. 이들 품목은 앞서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했지만, 자율 합의로 대기업과 상생 협약을 체결하며 신청을 철회한 경우가 대다수다. 품목별 소상공인단체는 자율 상생으로 이익을 얻기보다는 자신들이 기존에 받고 있던 차별적 대우를 해소하고, 대기업의 ‘횡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다.

하지만 실제 상생협약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제과점과 메밀가루, 앙금류, 햄버거빵, 어묵, 화초소매, 전통떡, 도시락 등 8개 품목의 상생협약을 진행한 전통떡협회, 식품제조업협회, 한국화원협회, 한국제과협회, 한국제분협회 등은 상생협약의 효과에 대해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 도시락의 경우 8월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실제 대기업으로부터 받기로 한 위탁생산 공급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락을 공급하는 급식업계 안팎에서는 상생협약에 대해 벌써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어묵 품종 업체들은 지난해 10월 상생협약을 맺었는데, 1년 동안 상생이 잘 지켜졌는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외 업체들의 반등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상생협약도 대기업 입맛에 맞춘다”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상생협약의 가장 큰 맹점은 자율 규제인 만큼 협약을 위반해도 별다른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상생협약으로 실익을 얻는 사례가 있기는 했다. 막걸리 품목이 대표적인데, 이곳은 상생협약으로 대기업의 막걸리 시장 진출을 차단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규제 중심의 사업영역 보호 기능 외에 상생프로그램 중심의 협력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생협약 전담부서를 설치해 협약 이행 관리와 상생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른 시일 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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