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는 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힘든 상황을 의미한다. 저성장 시대에 경제 주체들의 관심은 지대추구로 쏠리게 된다. 요즘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우선순위가 ‘건물주’인 것도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를 그대로 투영한다. 한번 부동산을 소유하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대대손손 지대를 누릴 수 있어서다. 지대추구는 기득권이자 곧 불평등의 고착화인 셈이다.
지대추구가 만연한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경제적 지대를 부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지대추구 해결책으로 정부의 개입을 강조한다. 지대추구 타파는 경제 시스템을 개선해 정부, 민간 분야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조가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둔다. 기득권이 세운 진입장벽을 부숴 자원 배분의 왜곡을 줄이고 시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과거 2018년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방한 후 한 포럼에서 “한국 정부는 낙수효과에 기대거나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고, 아래에서부터 경제기반을 탄탄히 쌓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북유럽 국가들처럼 과세 및 분배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5년 노벨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역시 ”지대추구를 방지하려면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지대추구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며 “문제 해결에는 좌파, 우파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공정한 경쟁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부 개입이 필수적이다. 우선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이 지대타파의 기본이다. 물론 진입장벽을 없애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온갖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기득권 세력은 홍보·로비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인허가 제도, 설립요건 등 각종 제한이 그어진 이유 역시 표면적으로 타당하게끔 설득한다.
우선 진입장벽은 법령 등 사업 제한 조치에 따라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금융, 의료, 보험 등 전문 서비스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인허가제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지대를 발생시킨다. 불공정 경쟁 주체로는 대기업이 누린 지대부터 살펴봐야 한다. 국내 많은 기업은 정부로부터 세금감면, 정책금융, 자금공급 등 직접적 지대 수혜를 누리며 성장했다. 최근 문제는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에 제대로 가격을 내지 않거나 ‘갑’의 위치에서 일을 지시하며 지대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효성이 낮은 법인세율 역시 지대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기업, 공공기관도 지대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쟁 없는 독점적 지위에서 누리는 지대 낭비와 비효율적인 사업 진행, 관피아로 표현되는 퇴직 후 이득, 가입조건이 다른 공무원연금 등도 지대추구 행위에 포함된다.
‘자본가들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란 책에 따르면 경제적 부를 석권한 지배계층이 정치제도를 좌지우지하고, 경제적인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때 그 국가는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득 격차에 따라 결승이 정해진 사회에선 누구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경쟁 의지조차 상실한다는 설명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싱가폴의 경우, 정부 주도로 높은 과세와 높은 복지를 구현하면서 독자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만들었다”며 “특히 토지의 경우, 국가가 매입하고 공공토지임대 방식으로 시행해 지대 추구를 영원히 차단하면서 경제 발전과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을 독과점 구조로 가져가면, 구성원 간 소유 욕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면, 결국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책 방향이 필요한 시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