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 1구역 단독ㆍ다가구ㆍ다세대주택 대지지분 3.3㎡당 2억 눈앞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시장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뒀지만 개발 기대감에 다가구ㆍ다세대ㆍ단독주택 몸값이 껑충 뛰고 있다.
이촌동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한 다세대주택은 지난달 17일 7억8100만 원에 매매됐다. 이 집에 딸린 대지지분이 13.2㎡인 점을 생각하면 3.3㎡당 1억9495만 원(땅값 기준)에 팔린 셈이다. 땅값으로만 보면 1971년 지은 이촌동 낡은 빌라가 이태원동이나 한남동에 있는 웬만한 고급 연립주택보다 비싸게 팔렸다.
이유는 이 빌라가 한강변 노른자 위 재건축 구역인 이촌동 제1구역에 속해 있어서다. 단독ㆍ다가구ㆍ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인 이촌1구역에선 재건축을 통해 875가구의 아파트를 새로 지으려 한다.
이태원ㆍ한남동 고급주택 제친 50년 된 이촌동 노후 빌라
여기에 주변 대형 개발사업도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이촌1구역과 맞닿아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계획대로면 51만㎡ 대규모 부지에 2026년까지 주택 1만 가구와 업무ㆍ상업시설를 갖춘 '미니 신도시'가 조성된다. 국토부는 8월엔 삼각지에 있던 주한미군 캠프 킴 부지도 3100가구 규모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한강대로를 따라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어지면 이촌동도 그 후광을 기대할 만하다.
2000년대 중후반 용산역 역세권에서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했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용산역과 가까운 이촌2동(서부이촌동) 부동산 가격이 지분 3.3㎡당 6000만~7000만 원에서 1억 원을 넘어섰다. 서부이촌동은 부촌으로 유명한 이촌1동(동부이촌동)에 비해 소외돼 있었기에 개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2013년 개발사업이 백지화되면서 부동산 가격도 도로 내려갔다.
용산역 정비창 등 개발사업이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을 우려한 국토부는 5월 말 이촌1구역을 포함해 용산역 주변 재건축 구역 2곳과 재개발 구역 11곳을 1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이들 구역에선 주거지역에선 18㎡, 상업지역과 녹지지역에선 각각 20㎡, 10㎡가 넘는 토지를 취득할 때 용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대상 주택을 취득할 땐 최소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고 그 사이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이 빈틈을 노린다. 지분이 기준면적 이하인 부동산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도 없고 임대ㆍ처분도 자유롭다. 이촌1구역만 해도 노후 주택이 많아 ‘몸테크'(개발을 노리고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것)보다는 임대 수요가 많다. 올해 이촌동에서 매매된 연립ㆍ다세대주택 22가구 가운데 19가구가 대지지분 18㎡ 이하인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분 18㎡가 넘는 주택은 3.3㎡당 매매가격이 1억 원을 밑돈다.
이촌동 일대 집값 상승세는 주변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감지된다. 이촌동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15억7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금은 16억5000만 원까지 호가한다.
중산시범아파트도 전용 59㎡형 기준 시세가 9억 원까지 높아졌다. 다만 이 아파트는 전체 228가구 가운데 전용 39㎡형 24가루를 뺀 204가구가 토지거래 허가 대상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자율롭지 못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호가가 뛰는 건 용산 개발 후광이 여전한 데다 이 아파트가 공공재건축(LH 등 공기업을 재건축 시행자로 참여시키고 새로 지어지는 주택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대신 용적률 제한을 완화하는 제도)을 추진하면서 사업성 개선 기대감에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촌동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소형 주택 위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용산의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세가 싸다는 장점도 있다"며 "다만 허가 대상은 거레 절차도 복잡해서 매매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