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마이라이프 대표
윤 총장이 졸업(8회)한 충암고등학교 동문회도 그중 하나다. 이 학교는 개교 후 반백년에 걸쳐 각 분야에서 많은 인재와 명사를 배출했다. 하지만 유독 정계에서는 충암고 출신을 찾기 어려웠다. 20대 국회 때의 김현권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유일한 ‘금배지 동문’이다. 충암고 동문 사이에 요즘 “여의도는 건너뛰고 청와대로 직진하자”는 얘기가 돈다고 한다. 한 동기생이 윤 총장에게 정치 참여 의사를 확인했다는 ‘카더라 방송’도 함께 퍼지고 있다. 윤 총장이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어쩔 수 없이 정치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망론에는 족보도 동원된다. 최근 이런저런 개인 블로그에는 ‘윤석열 총장 뿌리 찾기’ 류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이 글들이 소개하는 인물은 조선 숙종 때의 선비 명재(明齋) 윤증(尹拯)이다. 파평 윤씨 25세손인 그는 소론의 영수로 당시 집권세력인 노론의 영수 송시열(宋時烈)과 맞섰다. 블로거들은 윤증의 이런 면모를 윤 총장의 행적과 비교하고 있다. 윤 총장은 파평 윤씨 35세손이다.
어디 학연, 혈연뿐일까? 지연도 윤석열 대망론에서 빠질 수 없다. 윤 총장 본인은 서울 출생이지만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공주가 지역구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윤 총장 부친이 공주농고 14회 졸업생이라고 소개하며 충청도와 윤 총장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간 대선에서는 충청의 표심이 캐스팅 보트로 여겨져 왔던 만큼 충청도와의 연고는 주목할 만한 요소다.
#2. 사실 이 같은 윤석열 대망론에 불씨를 댕긴 주역은 여권, 그중에도 추미애 법무장관이다. 추 장관이 그와 각을 세우고 핍박하지 않았다면 윤석열이 정치적으로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았을까? 추 장관이 인사 문제, 수사 지휘권 문제 등으로 한 번씩 건드릴 때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인지도는 높아졌다. ‘윤석열을 키운 건 팔할이 추미애’라는 패러디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연장선상에서 요즘 항간에는 “윤석열 현상이 아니라 추미애 현상”이라거나 “윤석열 대망론의 배경엔 추미애의 큰 그림이 있다”는 식의 음모론도 떠돈다. 내용인즉, “윤석열에게 조명이 집중되게 만들어 다른 야권 주자들은 눈에 띄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연극 무대에서 조명을 받는 배우에게만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 효과’라 할 수 있다.
이 음모론에는 윤 총장을 향한 여당의 태도도 한몫을 한다. 압도적 다수인 여당이 정말로 윤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탄핵소추라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은 말로만 사퇴 압박을 가할 뿐 합법적 절차인 탄핵은 거론도 않고 있다. 때문에 “여당이 내심으로는 윤 총장이 임기까지 식물총장으로 남아 있으면서 야권 지지자들을 분열시키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음모론에 실체적 근거는 전혀 없다.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과 여당의 압박이 워낙 집요하다 보니 그 배경을 두고 제기되는 억측일 뿐이다. 하지만 음모론이 말하는 하이라이트 효과는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 있었던 야권의 ‘마포 포럼’행사가 단적인 예다. 포럼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나와 안심소득제, 징모혼합제 등 자신의 정책 구상에 대해 강연했다. 야권을 향해 ‘5인 원탁회의’라는 주목할 만한 제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날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총장에게 쏠렸다.
윤석열 대망론은 이처럼 학연, 혈연, 지연을 들쑤시는가 하면 여의도 정가에 온갖 시나리오를 자극하고 있다.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면 정치판의 이 복잡한 계산법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윤 총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진다.lim5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