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최고치 경신하며 ‘3만 고지’ 눈앞
“94.5% 효과…화이자보다 보관 용이한 것도 강점”
미국 복지부 장관 “FDA, 백신 최대한 빨리 승인할 것“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모더나는 이날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4.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모더나는 임상 3상 참가자 3만여 명 중 절반에 백신을 접종하고 나머지 절반은 효과가 없는 위약을 투여했다. 그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5명을 조사한 결과, 90명(94.5%)은 위약을 투여한 사람이고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5명에 그쳤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발병해도 증상이 가벼웠다.
여기에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모더나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접종 부위 통증이나 피로, 두통과 관절통 등 비교적 경미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전했다.
잇단 낭보에 연내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내년 상반기에는 상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시장도 지난주에 이어 다시 들뜬 반응을 보였다. 미국 증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6% 상승한 2만9950.4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물론 ‘3만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S&P500지수도 1.2% 오른 3626.91로 사상 최고치를 새롭게 썼다. 모더나 주가는 9.6% 폭등했다. 다만 화이자는 막강한 경쟁상대의 부상에 3.3% 급락했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올랐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3.0% 급등한 배럴당 41.34달러에 마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백신에 관한 고무적인 소식을 계속 접하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코로나와 싸울 새 수단이 출시될 가능성을 신중하게 낙관한다”며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유럽과 미주 지역은 의료 종사자와 시스템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또 다른 백신이 방금 발표됐다”며 “위대한 역사학자들이여, 중국 전염병을 종식할 이들 위대한 발견들이 내 재임 중에 일어났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나온 두 번째 백신 소식은 희망을 느낄 또 다른 이유”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또 이날 자신의 경제구상을 밝히는 연설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승인받으면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접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에 비해 훨씬 취급이 용이한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모더나는 “영하 20℃에서 최대 6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며 “2~8℃에서도 30일간 보관할 수 있어 의료용이나 일반 냉장고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이는 이전 추정치인 7일보다 훨씬 길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을 위해 냉장고에서 꺼낸 후에도 실온에서 12시간 동안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해 보급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해동 이후 표준 냉장 온도에서는 약 5일 동안 보관할 수 있다.
‘게임체인저’가 될 백신의 등장에 세계 각국도 이제 대량생산과 보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DA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움직일 것”이라며 “두 회사가 공중보건 부문에서 역사적인 날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 백신 1억 회분을 공급받고 추가로 4억 회분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다. 모더나는 허가를 받으면 연말까지 2000만 회분 백신을 미국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모더나와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은 스위스 제약사 론자는 “연간 4억 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론자는 현재 미국과 스위스에 총 4개 생산 라인을 건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