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發 '공룡 길들이기'
승소 땐 MS처럼 '기업 분할 명령'
유럽, IT대기업 고강도 규제 검토
韓도 '자사우대' 네이버 사례 막을
갑질차단 제도적 장치 마련 나서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시장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경쟁당국들도 독과점 행위 차단을 위한 조사와 규제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배경에는 구글의 독점 수준의 시장점유율이 자리잡고 있다. 전 세계 기준 구글의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구글이 검색 시장 최강자로 등극하게 된 것은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돼버린 스마트폰의 운용 운영체계(OS) 대부분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80~90%에 달한다. 주 고객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애플(아이폰)까지 가세하면서 구글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강화됐다.
현재 애플 단말기의 구글 검색 트래픽 기여도는 50%에 육박한다. 미국 법무부는 소장에서 구글이 ‘구글검색’ 등 자사 앱이 선탈재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제조사 등과 유착해 시장 독점을 공고히 하면서 신규 사업자 진입이 봉쇄됐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소장엔 구글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만약 법무부가 승소할 경우 구글이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1900년대 초 석유 사업을 독점한 스탠더드오일은 34개 회사로 흩어졌고, 1980년대 전화사업을 장악했던 통신회사 AT&T는 8개 회사로 쪼개졌다. 1990년대에는 프로그램 끼워팔기 혐의로 반독점 소송에 걸린 마이크로소프트도 법원으로부터 기업 분할 명령을 받은 전례가 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4개 빅테크 기업을 독점기업으로 규정, 이들 기업의 시장 독점 행위 행사를 막기 위해 향후 시장 단속 전담기관을 신설하고 ‘업체 분할’을 강제할 수 있도록 반독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빅테크 기업이 규제 당국에 자신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입증하지 못하면 독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부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 신규 사업 진출도 금지된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민주당은 이달 말 후속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반독점법 개정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구글의 독과점 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제재를 가했던 유럽연합(EU)도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을 포함한 20개의 IT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책을 준비 중이다. 이들 기업이 소규모 경쟁업체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며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었는지 등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EU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 지위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 해체나 자회사 매각까지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독과점 행위를 조사해 왔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고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6월 발표를 목표로 자사 우대, 멀티호밍 차단, 데이터 독점, 끼워 팔기 등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독과점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심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차단을 위한 법률안 제정도 추진 중이다. 자사 우대 행위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네이버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온라인 플랫폼이 쇼핑 검색 결과나 상품 노출 순위 기준을 입점업체에 투명하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