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권 없어 은행권 감독·검사·내부통제 부실 가능성
금감원 “감독할 수 있는 권한 안 주고 책임 물어” 볼멘소리
금융감독원이 ‘은행연합회의 감독권한’을 확보하려다 실패했다. 은행연합회 감독권한이 없는 금감원은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로 감독 권한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금융위의 거부로 무산됐다. 금감원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사태, 키코 등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재 탓에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감독할 수 있는 권한도 주지 않고 책임만 묻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소법 시행령을 통해 은행연합회를 금감원 감독권 안으로 넣는 작업을 시도했다. 은행연합회를 금소법 안에 넣어야 되는 필요성을 금융위원회 소비자정책과에 설명했다. 최초 금소법 시행령에 은행연합회의 법적 근거를 넣어서 추진했지만, 금융위 논의를 거치면서 은행연합회는 결국 제외됐다.
금소법은 개별 금융업법으로 규율하던 규제를 기능별 규제로 전환해 금융 소비자의 보호를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목표로 업권 간 형평성을 구현한 게 핵심이다. 하지만 법정기구가 아닌 은행연합회는 자율규제권이 없어 금소법에서도 빠지게 됐다. 가장 큰 업권인 은행권은 다른 업권과의 형평성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고심의 부분이다. 금소법에는 허위·과장광고 등을 위반하면 관련 상품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담고 있다. 은행권은 아직도 각사 준법감사인이 자체적으로 광고심의를 하고 있다. 현재 은행, 카드, 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대부업 등 주요 금융협회 중 광고심의를 하지 않는 곳은 은행연합회가 유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때문에 금감원은 금소법을 통해 법적근거를 마련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어렵게 됐다”며 “금소법이 시행돼도 은행권은 여전히 예외”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율규제가 부재하면 내부통제 부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 적용 대상은 금융회사 영업행위 중 소비자보호에 관한 것이며, 광고 사례는 부작용의 하나의 사례”이라며 “은행만 자율규제기관에서 빠져 자율규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고, 이는 은행에 대한 감독이나 검사 내부통제 부실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은행연합회는 다만 자율규제를 하면 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점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팔을 비틀어 은행권 전반적으로 권한을 넓히려는 금감원의 숨은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이날 차기회장 후보군을 7명으로 확정됐다. 갖가지 현안 문제로 관료 출신과 정계, 전·현직 금융권 수장이 골고루 포함했다. 리스트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민병두 전 정무위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정통 관료 출신이자 현직 금융지주회사 수장인 김광수 회장과 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을 지냈고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간접 지원을 받고 있는 민병두 전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