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성(델코리얼티그룹 회장)
지난 20세기에도 필적 할 만한 글로벌 사건들이 있었다. 1918~1920년 스페인 독감(5000만 명 이상 사망), 1차 세계대전(900만 명 사망), 1930년대 대공항, 2차 세계대전(6100만 명 사망) 등이 발생했다.
질병으로는 102년 만에 나타난 코로나19는 기존의 도시부동산 사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ULI는 최근 발표한 ‘부동산 이머징 트렌드(Emerging Trends in Real Estate® )2021’ 리포트에서 이런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동산(오피스, 리테일, 아파트, 호텔, 스포츠, 엔터테인 시설 등)은 코로나 확산 잠재력이 있는 장소로 지목받고 있다. 각국은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 통제는 어렵기만 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적자는 커지고, 적절한 가격의 주택공급과 불평등 우려는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도심과 고밀도에 대한 매력이 줄고, 대중교통 이용, 대면 컨퍼런스와 모임, 매장 방문, 관광이나 비즈니스 여행, 관광객 대상 리테일 등이 위축되고 있다. 아파트의 어메니티 시설이용이 줄고, 라이브 엔터테인, 대학가와 학생 기숙사 인기가 줄고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지자, 도시 외곽의 세컨드하우스나 부모 친척 집 등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일부 회사도 작은 도시나 교외로 이전하고 있다. 시민들이 그동안 인기 있던 도시에서 매력을 덜 느끼면서, 고밀도의 대중교통, 오피스, 쇼핑 엔터테인 라이브 시설 등의 이용을 줄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관련 도시산업은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한국도 6개 도시의 올해 1~8월 지하철 이용인구가 전년보다 29% 줄었다.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진행되는 트렌드도 있다. 미국의 경우 재택근무 확산, 대도시 외곽이나 휴양 도시로의 이주, 다중이용 공간과 빌딩의 건강 지킴, 온라인 쇼핑과 물류, 건강 중시하는 프롭테크,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 이용 등이 증가하고 있다. 물류시설과 데이터 센터도 번창하고 있다.
도시가 질병에서 시민을 지켜내고 활기를 찾아가면,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선호는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LA, 뉴욕시, 샌프란스시코, 워싱턴 같은 국제관문 도시들은 엔터테인, 금융, 기술, 교육, 그린 공간, 바깥 활동 등에서 압도적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재난 물류는 민간 유통기업이 담당하면서 안정됐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전 세계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급증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미국은 아마존 물류망이 제 역할을 하면서 안정화됐다. 우리도 쿠팡,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업체와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 CU 같은 편의점 등 기존의 유통기업 생필품 공급망 덕분에 사재기 현상이 없었다.
실제로 온라인 쇼핑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온라인 쇼핑 비중은 전체 소매판매액 대비 27.8%나 된다. 2018년 19.3%, 2019년 21.4%에 비해 비중이 엄청 높아졌다. 같은 기간 문화와 레저 수요는 -68.8%, 여행과 교통은 -53.4%가 줄었다.
코로나로 온라인 교육이 보편화 되고 있다. 대학은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 고민인데 코로나로 걱정이 더 늘었다. 비대면 교육 콘텐츠가 강화되면서, 10년 안에 전 세계 대학 절반 이상이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로 인해 이미 기존에 진행 중인 트렌드 중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비효율을 줄이고 합리성을 중시하는 회복력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를 그동안의 낭비 요소와 불합리를 털어내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