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을 조각으로 남기다…'한국 추상 조각 개척자' 최만린 별세

입력 2020-11-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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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5일 57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시상식에서 미술 부문을 수상한 조각가 최만린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 조각가 최만린이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1세대 조각가로 추상 조각 발전을 이끈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로 꼽힌다.

최만린의 대표작은 한국 전쟁의 상흔을 '이브'에 빗대 표현한 '이브 연작'(1958)과 서예 필법을 모티브로 한 '천(川)' '지(地)' '현(玄)' 시리즈(1966)다. 천지현은 서예에서 영감을 받아 한자의 서체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으로, 고인은 이 작품으로 서양 조각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한국 추상의 새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196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다. 이후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와 학장,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 서울대 명예교수직을 수여 받았다.

1997년부터 2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했던 고인은 1998년 당시 미술계 숙원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에도 주요 역할을 했다. 고인은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루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미술전에 참여했던 고인은 최근까지도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삼성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는 고인의 아틀리에 겸 자택을 매입해 최만린 미술관을 조성했다. 고인은 미술관에 126점의 조각 작품을 기증했으며, 최만린 미술관에서는 현재 개관기념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성우 겸 배우 김소원 씨, 계원예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아사 씨, 연극배우 최아란 씨가 있다. 고인은 배우 김민자 씨의 형부로, 배우 최불암 씨와 동서 사이다.

빈소는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 장지는 파주 동화 경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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