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정치인에 라임 펀드 로비” 옥중 입장문 밝혀
6조 원대 불법 대출, 3조 원대 분식회계로 부산 지역 경제를 망가뜨린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엔 금감원 직원이 대거 연루됐다. 부산저축은행 측은 검찰에 금감원 퇴직 간부인 A씨 에게도 매달 300만 원, 총 2억여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관련해 A씨는 퇴직 후에도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은행이 금감원의 검사를 받을 때 담당 국장에게 “검사를 세게 하면 안 된다”고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돈을 받은 것은 일부 인정했으나 대가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금감원 간부 B씨와 직원 C씨는 부산저축은행 검사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240여억 원을 초과 대출한 사실을 보고 받고도 지적 사항에서 제외해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들이 직무를 유기 후 은행이 불법 영업을 지속하다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며 “영업정지 처분으로 예금자와 투자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저축은행의 파산으로 5000만 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 등 피해자는 모두 3만8000여 명으로 약 피해액은 6268억 원이다.
금감원 직원에 투자자들이 평생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은 사건에 연루된 건 최근 옵티머스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전하다’는 거짓말로 5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윤 모 전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 측에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던 옵티머스는 투자금 98%를 실체가 불분명한 비상장기업의 사모사채에 투자했고 이는 투자자에게 손실로 돌아갔다.
옵티머스 사태가 금융계 커넥션으로 요약된다면 라임 사태 핵심 커넥션은 정계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달 16일 옥중 입장문을 통해 야권 인사에게 로비를 벌였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수억 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우리은행장 등에게 로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은 4일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과 관련해 고검장 출신 변호사 윤모씨(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윤씨와 우리은행 측은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라임에 1조6000억여 원이 물린 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며 추운 날씨에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정계와 연결된 금융 관련 범죄는 2017년 국민연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의 비율로 합병하면 국민연금이 손해를 봄에도 이런 손해를 감수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는 이 합병으로 국민연금이 최고 6700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우리 정부의 압력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상대로 7200억 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하면 이 금액을 세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10년이 지나도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원금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고, 국민연금의 손실은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역시 투자자들의 투자금 되찾기는 요원하다. 사건 내부에서는 금융계와 정계가 금융 범죄를 돕는 동안 외부에서는 이름만 바꾼 금융 사고가 거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