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봉쇄 조치 연장·강화…소비심리 급격히 약화
서구권은 3분기 경제활동 재개로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가파른 재확산에 경제재개가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고 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주가 상승과 기업 실적 전망 상향 조정 등 긍정적 움직임이 나타나던 시기에 코로나19가 봄을 웃도는 기세로 확산하고 있어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프랑스 수도 파리 시내의 쇼핑물은 예년이라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판매 경쟁에 떠들썩했겠지만, 올해는 장난감 매장에 출입 금지 테이프가 붙어 있는 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경제활동 재개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퇴보한 것이다.
미국 구글이 집계한 스마트폰 위치 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수도권의 상업·오락 시설이나 직장 등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규모는 15일 시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인파가 몰리는 정도는 9월에 팬데믹 이전의 약 80%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1달여 만에 급격히 후퇴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10월 30일부터 레스토랑과 바의 영업을 금지하는 등 봉쇄 조치를 다시 도입했다. 이후 피크 시간 5만 명을 넘어섰던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약 3만 명으로 줄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12일 “봉쇄 조치를 적어도 최소 15일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비자 구매 의욕도 식어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의 소비자심리지수를 일별로 산출하는 미국 리서치 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수는 이달 들어 반년 만에 최저 수준인 60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1개월 전에 비해 약 10% 낮아진 것이며 4월 첫 코로나19 확산 당시 수준(57 전후)에 근접한 것이다.
독일도 이달 2일부터 음식점 영업 금지 등 부분적 봉쇄를 단행했는데 최근에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명 안팎에 달해 이를 해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 “행동 제한은 코로나를 극복할 레시피”라며 “더 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에서도 뉴욕이 13일 식당 등의 영업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캘리포니아는 전날 코로나19가 심각한 카운티를 대상으로 한 달의 야간 통행금지령 시행을 발표하는 등 각 주가 사실상의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국 그동안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소비가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 하버드대 산하 연구 그룹인 ‘오퍼튜니티인사이트’는 신용카드 이용 상황 등을 바탕으로 코로나 재난 전후의 소비 동향을 지수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현재 외식과 숙박업의 소비 회복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70%,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50%에 그치는 등 외출 규제 영향을 받기 쉬운 서비스업이 눈에 띄는 침체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로 환산해 미국이 33%,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61%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제활동 재개 후퇴와 그에 따른 소비심리 침체로 서구권이 다시 침체에 빠질 위험에 놓였다. 유럽연합(EU)은 5일 4분기 유로존 GDP 증가율 전망치를 마이너스(-) 0.1%로 제시했다.
연내 출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백신이 보급될 때까지 경기침체를 막는 것이 각국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