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의 새벽배송 ‘새벽에 ON’ 이 부산 경남권에 진출한다. 현재 서울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쿠팡밖에 없다. 롯데쇼핑으로서는 텃밭 부산을 시작으로 쿠팡과의 ‘새벽배송’ 한판 승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마켓컬리가 첫 발을 내디딘 2015년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100억 원대 수준이었으나 2018년 4000억 원대로 치솟더니 작년에는 8000억 원대로 론칭 4년 만에 80배 몸집을 불렸다. 올해 전망은 1조5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2배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간의 장보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벽배송 시장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봤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이 내달 1일부터 부산 전 권역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인 ‘새벽에 ON’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롯데온은 지난 4월 정식 론칭한 후 7월 말부터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새벽에 ON’ 서비스는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를 활용해 서울 강남과 송파, 마포, 영등포 등 서울 10개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김포시와 고양, 성남, 하남, 인천 계양·부평·서구까지 이용 가능했다. 이번에는 롯데슈퍼의 의왕 오토 프레시센터를 이용해 경기 남부 지역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다.
무엇보다 부산 지역에 진출이 눈에 띈다. 롯데온은 부산에 위치한 롯데슈퍼 오토프레시 센터를 기반으로 부산 전 지역에 새벽배송을 나설 수 있게 됐다. 현재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하는 곳은 쿠팡뿐으로, SSG닷컴과 마켓컬리 등은 모두 수도권에서만 새벽배송을 운용한다.
롯데마트는 이번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그로서리 전문몰의 강점을 살린 ‘3일돼지’, ‘황금당도 과일’ 등의 차별화된 신선 전문 상품과 새벽 배송 특화 카테고리인 간편 대용식, 음료 등의 상품을 강화한다. 특히, 새벽 배송은 아침식사 및 간편식을 위한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밀키트, 간편식, 델리(Deli) 상품군을 대폭 강화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새벽 배송 서비스 확대로 주문량이 기존보다 3배, 2021년에는 4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건식 롯데마트 물류 팀장은 “대형마트는 새벽 배송의 주력 상품인 신선 식품에 강점을 갖고 있는 업태”라며, “신선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배송하는데 집중해 롯데마트의 물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도권 이외 지방 권역의 새벽배송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커버해야 할 지역은 넓은 반면 인구 밀집도가 낮아 물류비가 많이 든다. 수도권에 비해 객단가가 떨어질 우려도 높다.
특히 새벽배송은 영업시간 규제로 대형마트 점포를 이용할 수 없어 물류센터를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크다. 하지만 롯데는 오토프레시센터 부산서부센터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부담을 낮췄다.
또한 롯데의 새벽배송 부산 진출은 지방에서 가장 인구밀집도가 높은 대도시라는 점 외에도 부산이 롯데의 텃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롯데는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부산본점과 센텀시티점, 광복점과 동래점 등 총 4곳의 백화점도 운영하고 있다. 창원점과 울산점까지 포함하면 경남권 백화점 수는 총 6개다. 충성 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여기에 호텔도 롯데호텔 부산점과 해운에 시그니엘 2호점을 보유하고, 아웃렛 역시 기장군에 위치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과 김해시의 김해점 2곳을 보유 중이다. 경쟁사인 신세계프리미엄 아울렛은 부산 해운대 기장군에 한 곳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부산은 롯데로서는 전통적으로 안방 같은 개념”이라며 “수도권 이외 지방 권역에서는 부산권이 그나마 사업성이 높다는 점도 새벽배송 진출에 작용했다”고 말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총괄연구원은 “최근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배송이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신선식품을 보다 빠르게 받기를 희망하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새벽배송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