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여권, 코로나19 따른 이동 제한 완화 수단으로 여겨져
“미국 대선 이후 고객 문의 650% 급증”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끌었다. 키프로스 시민권은 투자 이민을 통해 유럽연합(EU) 국가 어디에서든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이른바 ‘황금여권’으로 불리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에게 특별히 시민권을 주는 황금여권을 요구하는 미국 사람은 적었다. 이러한 제도는 중국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미국에 비해 해외여행 자유가 제한된 국가의 부자 시민이 주요 대상이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그에 따른 도시 봉쇄 조치 등에 이중국적이 이동 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프로스 정부 대변인과 슈미트 측 모두 제2의 여권 획득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슈미트 총재산은 190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른다.
미국 대선도 부유층의 이중국적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 당시 일부가 추진했던 부유세 도입은 거부했다. 여전히 그의 공약은 미국 부자들의 절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민권 자문회사인 에이펙스캐피털파트너스는 “일부 사람들은 대선 후 사회 불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중국적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의 문의는 일반적으로 연간 약 5건에 불과하지만, 이달 대선 이후 문의가 평소보다 6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에이펙스의 누리 캐츠 설립자는 “우리는 미국 부자들이 중국이나 중동, 러시아 고객과 같은 말을 하면서 이중국적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목격한다”며 “고객들은 당장 미국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다른 여권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소국들에 매력적인 재정수입원이기도 하다. 몰타는 지난해 6월까지 10년간 황금여권으로 거의 10억 달러를 벌었다. 카리브해에 있는 도미니카도 최근 5년간 3억5000만 달러 이상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