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메카 캐리어' 탄생 임박
노조 반발·결합심사 등 과제 남아
법원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에 손을 들어주며 초대형 항공사 탄생을 위한 첫 고비를 넘겼다.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만 통과하면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수준의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게 된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방식이 위법하다며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산업은행이 추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의 통합항공사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5000억 원의 유상증자와 3000억 원의 교환사채(EB) 매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 뒤, 한진칼이 다시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산은은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10%의 지분을 가져가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 쟁점은 산은이 한진칼에 대금을 공급할 때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합리적이었느냐다. 원칙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하기에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상법상 허가되지 않는다.
특히나 한진칼은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 등 3자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지분의 변동을 동반하는 제3자 배정방식을 두고 이를 요구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명분 싸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산은은 국적 항공사의 통합 없이는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하고, 의결권이 동반되는 한진칼 보통주 투자를 통해 직접 주주로 참여해야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산은은 조 회장이 한진칼 보유 지분 전부를 투자 합의 위반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고,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했다. 또 저비용항공사(LCC) 등 자회사의 기능 재편을 위해서라도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산은은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 한진칼 지분 확보(10.66%)로 조 회장의 ‘백기사’(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주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KCGI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대안은 많다며 이번 방식이 기존 주주의 권리를 크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KCGI 측은 현재 구조에서 의결권 없는 우선주 발행이나 대출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만약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이 무산되더라도 항공산업 재편을 위한 다른 대안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결국 산은의 명분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주주의 권리 침해보다는 항공사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법원은 신주 발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신주 발행의 대안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두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예정대로 한진칼에 대한 유상증자 대금을 오는 2일 납입할 예정이다. 대금이 집행된 이후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작업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합작업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이번 통합안은 KCGI 측의 반대는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노조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노조와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현재 이 회장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연일 파산할 것처럼 발언한 것이 회사의 존립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산은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 등을 위해 공개적으로 노조와 대화를 요청한 바 있다.
여기에 또 국내외 경쟁 당국의 심사와 인수 후 통합과정(PMI)을 거쳐야 한다. 다만 대부분 국가가 대형항공사를 1곳씩만 갖고 있어 해외 규제당국이 항공사 간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