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한국에서는 어떨까? 얼마 전 현대중공업이 엔진용 피스톤을 납품하던 삼영기계의 기술을 빼돌렸다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9억7000만 원을 부과받은 일이 있다. 현대중공업이 기술도면을 받아 다른 곳에 넘겨, 삼영의 한 해 매출액이 180억 원 줄어든 결과에 대한 제재가 겨우 이 정도다.
개발된 기술은 특허로 보호하고, 특허침해가 있으면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개정 특허법에서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니더라도, 특허침해 손해배상제도만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호소가 매년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특허비용이 부담되어 출원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특허를 받아도 대기업이 특허기술을 침해하는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이나 그 과정에서 벌어지곤 하는 특허 무효 심판에서부터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기 힘들어서다. 그나마 2014년 이전까지는 절반 정도 이겼지만 2015년 이후로는 15%를 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니 손해배상 등 침해소송에 들어가면 2015년 기준으로 가처분 소송 1건을 제외하고 본안소송에서 중소기업이 100% 패배했다. 특허 보호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입법이 논의되자 대기업이 대형 특허법인과 법무법인을 동원해 적극적인 심판과 소송 대응에 나섰기 때문일 것이다. 특허권 피해자인 중소기업이 피해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데다 심판비용과 소송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정부는 증거 수집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입법과제로 독일식 전문가 증거수집제도 등을 제시한다. 다만 심판, 소송비용은 외국기업을 상대로 하는 중소기업에만 지원한다.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일 것이다. 그러자 최근 경기도가 나섰다. 도내 중소기업이 특허 관련 심판이나 소송을 하게 될 때 그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법이 메울 수 없는 빈틈을 찾는 노력은, 이처럼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