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한때 1만9857.03달러…전날 대비 8.7% 폭등 -기관 투자자 참여·구체적 상승 근거 있어…“2017년 상승장과 다르다”
“비트코인이 돌아왔다. 다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가상화폐의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이같이 평가했다. ‘제2 튤립 버블’을 방불케 했던 3년 전에는 단순 ‘광풍’이었지만, 이번에는 범용성과 가치성까지 수반하면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30일 한때 전일 대비 8.7% 폭등한 1만9857.0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가상화폐 광풍이 일었던 2017년 12월 기록한 최고치 1만9511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다음 해인 2009년이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쓴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의해 탄생했다. 정부의 통화정책 등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되고는 있으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2017년 12월 거의 2만 달러에 육박하면서 전성기를 맞는 듯 했으나,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각국이 규제에 나서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빠지는 등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1년도 채 안 돼 가치의 80%를 상실, 3136달러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면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3월 중순까지만 해도 4000달러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어느덧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게 됐다. 연초 대비는 170%나 폭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태어난 비트코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또 한 번의 세계적 혼돈 속에서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타는 것은 팬데믹과 관련이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달러화 등 명목화폐보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상승, 대체 투자처로 주목을 받게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언택트(비대면) 방식의 확산이 투자자들의 눈을 금보다는 비트코인으로 향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모바일 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기로 했으며,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는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모르던 아시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던 지난 2017년과 달리, 이번 랠리는 기관 투자자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단순 가격 상승이 아닌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만큼 이번 비트코인의 급등은 ‘제2의 튤립 버블’로 비유되던 과거의 상승장과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결제 및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의 가이 허쉬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의 상승 이유 중 하나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꼽으면서 “비트코인의 황금기가 왔다. 이번 랠리는 아직 갈 길이 꽤 남아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헨리 아슬라니언 PwC 글로벌 크립토 리더는 “이제 기관 투자자들이 그들이 가상화폐에 노출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생겼다”며 “2017년에는 이런 것들이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곧 2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밀러타박의 수석 시장 전략가 매트 말리는 비트코인이 조만간 2만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적 지표에 따르면 이러한 지나친 급등은 곧 조정을 부르기 마련이지만, 그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말리는 “2018년의 하락 폭 만큼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