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위 징계 부적절 의견에 법원도 윤 총장에 손…"후속 인사 신속히"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청을 인용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의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도 법원의 인용 결정 직후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추 장관은 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직후 사표를 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직무 집행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 차관은 검사징계위원회 개최에 반대한다는 차원에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당초 2일 오후 4시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었다. 징계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법무부 차관, 장관 지명 검사 2명, 장관 위촉 변호사·법학 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 1명씩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징계 청구자인 추 장관은 이번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고 차관은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을 예정이었으나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추 장관의 조치를 두고 “직무집행정지가 계속될 경우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라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관련 법령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점도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윤 총장 측 요청에 따라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윤 총장 측은 징계기록, 징계위원 명단 등을 요구하며 징계심의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법무부는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사 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표를 제출한 법무부 차관에 대한 후임 인사를 조속히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해임·면직 등 중징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회동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 △채널A·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등 감찰·수사 방해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 위반·감찰 방해 △정치 중립 위반 등을 근거로 직무배제와 징계청구를 했다.
징계 종류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구분되는데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하게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 등 징계를 집행하면 윤 총장의 복귀는 무산된다.
이 경우 윤 총장은 징계위 결과에 대해 다시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 7월 윤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밟게 된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에 징계위 위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윤 총장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징계심의절차에서 방어준비를 위해 징계기록 열람등사신청, 징계청구결재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법무부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해명의 준비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조치가 행해질 때까지 징계심의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감찰조사 자체 절차 진행 관련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성이 있다”며 “징계 청구 과정에도 사전에 감찰 내용이나 범위를 감찰대상자에게 알려주고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적법절차의 기본인데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위에서 변호하려면 징계기록이 어떤 상태고 어떤 근거가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아직 법무부 측에서 응답이 없다”며 “변호인들이 방어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징계위원 기피 신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검사 위원 2명 등 징계 위원이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있어서 기피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만일 징계심의 기일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일 현장에서 기피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법 13조에 따라 증인신청도 했다. 감찰 조사 적법성과 관련해 류혁 감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채널A 사건 수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박영진 전 대검 형사1과장, 재판부 문건 관련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등의 신문을 요청했다.
징계위 직전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처분이 부적절했다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점도 추 장관에게는 부담이다.
감찰위 의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지만 추 장관, 윤 총장을 둘러싼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 총장으로서는 징계위에서 중징계 결정이 나오면 불복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감찰위는 예상보다 긴 3시간 15분가량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11명의 위원 중 7명이 참석해 격론을 벌인 감찰위는 “대상자에 대한 징계청구사유 미고지 및 소명기회 미부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함”이라고 의결했다.
감찰위의 부적절 의견에도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심의를 강행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애초 추 장관이 감찰위 의견과 무관하게 징계심의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법무부는 지난달 초 중요사항 감찰에 대한 감찰위 자문을 의무규정에서 임의규정으로 변경했다. 윤 총장 징계를 위해 규정을 기습 변경했다는 의혹과 함께 감찰위 패싱 논란도 일었다.
법무부는 감찰위 종료 후 의결 사항을 반박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여러 차례 소명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혐의가 인정돼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징계절차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일 감찰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