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종합 온라인 플랫폼 속속 론칭해 이커머스와 경쟁…레시피로 구매와 연계하고 구독경제 지향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6% 증가한 42조41억원,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6.9% 증가한 27조69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식 서비스와 음·식료품에서 약진이 두드러졌다. 온라인 음식 서비스와 음·식료품 거래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81.7%, 56.7%, 모바일 부문에서는 83.4%, 62.8%를 기록했다.
이처럼 음식료품 비대면 거래가 급증함에 따라 식품업계가 자사몰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자사 온라인 통합플랫폼 '프레딧'을 최근 론칭했다. 자사 먹거리뿐 아니라 화장품, 여성·유아용품 등 총 400여 종의 생활용품도 추가로 입점된다. 유제품, 신선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팔던 기존 자사몰 '하이프레시'는 프레딧 푸드로, 화장품, 여성, 유아, 생활용품 등은 새로 만든 프레딧 라이프로 이원화해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프레딧의 가장 큰 특징은 무료·정기 배송, 큐레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전국 1만1000명의 프레시매니저가 배송비 없이 프레딧 제품을 전달하고, 화장품·생활용품처럼 구매패턴이 일정한 상품에 대해서는 정기 배송서비스도 실시한다. 고객 정보에 기반해 상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있다. 이 모두가 유료 회원제인 ‘프레딧 클럽’으로 운영된다. 쿠팡, 쓱(SSG)닷컴 등 기존 이커머스 유통업체들이 선보인 방식이다. 식품업체가 사실상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기존 플랫폼과 다른 점이라면 식품기업의 가치관에 따라 브랜드 입점 기준을 엄격하게 둔다는 점”이라면서 “화장품의 경우 천연ㆍ자연 유래 성분을 공개하거나 친환경 인증서 기준을 전부 투명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별화된 멤버십 프로그램으로 충성고객 모시기로 내실을 다지는 곳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의 무료배송 서비스와 할인 혜택을 강화했다. '더프라임' 유료 멤버십을 개편하면서 횟수 제한 없이 상시 추가 7% 할인 서비스와 월 3회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 유료 멤버를 대상으로 한 독점 행사도 월 2회에서 월 4회로 늘린다.
동원F&B의 자사몰 ‘동원몰’은 지난 6월 유료 멤버십 서비스 ‘밴드플러스’를 론칭했다. 연회비 3만 원으로 회원에게 1년간 동원몰의 각종 할인 및 적립 혜택과 전용 이벤트 등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유료 멤버십 서비스다.
식품기업 답게 레시피를 자사몰과 연계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노력도 한창이다.
오뚜기가 최근 문을 연 레시피 사이트 '오'키친'은 레시피와 자사몰을 연동시켰다. 레시피에 사용된 자사 제품을 누르면 자사몰로 접속돼 구매하기 쉽게 하도록 인터페이스를 강화한 것이다. 오'키친 사이트에 들어가면 레시피와 함께 '레시피 관련 제품'을 바로 우측에 위치시켜 제품을 누르면 오뚜기 자사몰인 '오뚜기몰'로 바로 이동한다. 소비자로서는 레시피로 요리 정보를 얻고,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상 청정원은 레시피와 함께 자사몰인 '정원e샵' 링크를 레시피 하단에 둬 소비자들이 레시피에 사용된 청정원 제품을 손쉽게 구매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고객 공략을 위해 한국의 레시피를 선보이는 글로벌 공용 SNS 채널 'AsK Savorista'를 열었다. 레시피 콘텐츠와 대상의 글로벌 브랜드 '청정원 오푸드'의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등 각 지사의 SNS를 연결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미국 오푸드 SNS 계정에는 아마존 링크가 첨부돼 있어, 곧바로 관련 제품을 쉽게 살 수 있다.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식품업계가 자사몰을 발판 삼아 구독경제 모델을 확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야쿠르트의 프레딧, 대상 '정원e샵' 등은 정기 배송을 운영 중이다. 제주 삼다수는 정기구독을 앞세운 ‘삼다수 앱’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식품업계가 소비자 접점이 높은 채널을 구매와 밀접하게 연관시키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구독경제 모델을 통해 지난 20년간 예속돼온 유통업체로부터의 독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