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절차적 정당성ㆍ공정성 주문 반영한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1주일 늦추기로 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법무부는 3일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와 관련해 10일로 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 징계위는 2일에서 4일로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고심 끝에 기일을 재지정해 달라는 윤 총장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애초 추 장관은 4일로 변경된 기일지정이 위법하다며 윤 총장 측이 재지정을 신청했음에도 징계위원회 개최를 밀어붙이려 했다.
윤 총장 측은 이날 “형사소송법 269조 1항에 따르면 첫 번째 공판기일은 기일이 지정된 이후 5일 이상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며 “유예 기간은 기일이 지정됐다가 변경된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기일 재지정 불가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달 24일 징계청구서 부본, 26일 기일통지가 돼 2일 첫 기일 전까지 ‘5일 요건’이 충족됐다”며 “송달 후 4일로 이틀 연기하는 것에는 ‘5일 규정’이 새롭게 적용될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추 장관은 기일을 변경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기일을 다시 연기했다고 해도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의지는 쉽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 윤 총장에 대한 조치를 두고 위법ㆍ부당하다는 비판을 내는 등 여론이 악화하는데도 징계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징계 방향이 뚜렷하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추 장관은 징계 청구 등이 부적정하다는 감찰위 지적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됐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했다"고 반박하며 사실상 감찰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추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당'이라 불릴 만큼 이미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혁파하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저의 소임을 접을 수가 없다"며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계청구자인 추 장관은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한다. 그러나 추 장관의 중징계 방침과 의사를 같이하는 인사가 징계위원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징계를 심의할 징계위원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당연직 위원인 법무부 장관과 차관을 포함해 총 7명으로 이뤄진다. 장·차관 외에는 검사 2명과 변호사 등 민간위원 3명 등 5명을 법무부 장관이 지명·위촉한다.
법무부는 윤 총장 징계위의 위원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으로서는 이번 기일 변경으로 시간을 번 셈이다.
징계위를 앞두고 윤 총장 측은 절차 위반과 편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징계위원으로 지명될 경우 윤 총장 측은 기피 신청을 할 예정이다. 내정 직전까지 원전 사건 변호를 맡은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도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