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와 경제단체장 간담회…'기업 자금지원 효과성 증대 및 미래 지향적 기업 생태계 필요' 건의
"경제계에서 문제점을 호소해도, ‘기업들 잘못이 좀 있으니까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갖고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을지 걱정이 참 많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기업이 혁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달라고 건의했다.
박 회장은 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이 자리에서 세 가지 건의사항을 전달하겠다고 운을 뗀 박 회장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꼬집었다.
그는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여러 법안이 갑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며 "우리와 법문화와 법체계가 다른 영미법 제도들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사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 필요성만으로 결론부터 내리기보다는, 더 나은 대안은 없을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선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회장은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고 △미래지향적인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은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재무 상황이 우량한 회사들은 큰 문제 없이 헤쳐 가고 있지만, 비우량 회사들의 경우 자금 수요는 높은 반면, 실제 준비된 유동성 조치 활용에 허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향후 유동성 지원 기구들을 연장 운영할 경우, 이런 허들을 낮춰 비우량 기업들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단기 유동성도 중요하지만, 사업재편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기업들 자금 수요가 훨씬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충격에 대비한 재원들 가운데 활용이 많이 되지 못한 재원이 있다면, 이를 사업 재편 등에 지원될 수 있게 조치해주시길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속 전례 없던 환경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기업들이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박 회장은 "창업 통계를 봐도, 우리는 주요국에 비해 생계형 창업 비중은 높은 반면 연구개발(R&D)이나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 비율은 한참 뒤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며 "개발 연대에 만들어진 낡은 법과 제도들을 정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판 뉴딜 관련 입법 과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제가 만난 청년들은 뉴딜 입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업 모델이 여전히 많고, 아직 관련 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고 얘기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사업들도 내년 2월이면 임시 허가가 만료되기 시작한다. 정부 차원에서 기득권 설득, 법안 발의, 적극적 유권 해석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높아진 방역 단계 속에서 우리 경제가 ‘조율된 스퍼트’를 내야 하는 어려운 시기"라며 "회복의 불씨를 이어가도록 기업들도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업 부담을 줄이고 기업 활력을 되찾는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중"이라며 "민간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정·세제상 인센티브, 투자 저해 규제의 획기적 혁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박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