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 경제·사회에 대한 정부의 감시 통제 기능 강화
달러 패권에도 도전하지만 아직 한계
그러나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본격 도입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최초 국가’라는 빛과 함께 ‘빅브라더’ 사회라는 그림자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또 디지털 위안화의 광범위한 사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국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2014년 디지털 위안화 연구에 나선 지 6년 만인 올해 선전, 슝안, 쑤저우, 청두 4개 지역에서 대규모 실험에 착수했다. 4곳에서 디지털 위안화 거래 규모만 20억 위안(약 3300억6000만 원)을 넘어섰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편리성과 안전성을 앞세워 미래 통화로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또 기존 금융 시스템과 은행 계좌 접근이 어려운 계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홍보한다.
이밖에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개발 및 보급 속도전에 나선 속내는 더 있다.
우선 추적이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의 특성상 정부의 통화 관리가 수월해지는 이점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핀엑스플로의 공동창업자인 제임스 길링햄은 “중국은 갑작스러운 통화 유출에 따른 위험을 알고 있다”면서 “디지털 위안은 자본 통제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민간 기술기업이 국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도 경계할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금융자회사인 앤트그룹과 또 다른 IT 대기업 텐센트가 각각 운영하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급성장을 경계해 왔다. 민간기업이 온라인 거래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앤서니 챈 UBP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국은 기술기업이 중앙은행의 감독을 벗어나 금융시스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가상화폐를 독점하는 것을 우려해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제동을 건 배경에도 이 같은 경계심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위안화로 경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은행을 달러 주도의 국제 결제 시스템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왕따시킬 경우 개인과 기업이 디지털 위안화 거래로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 실현을 위해 중국이 가상화폐 상용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몰고 올 그림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선 빅브라더 사회에 대한 우려다. 디지털 위안화가 공식 통화가 되면 중국 당국은 사람들이 어디서 무엇에다 돈을 쓰는지 전례 없는 규모의 정보를 손에 넣게 된다. 가상화폐 본래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가 빚어지는 셈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시스템에 의존,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통제력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경제학 교수인 프랭크 셰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정부의 감시 통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속도전을 벌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디지털 위안화를 “감시 국가인 중국의 마지막 퍼즐”이라고도 꼬집었다. 중국은 막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안면인식과 카메라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디지털 위안화 사용에 얼마나 적극적일지 미지수다. 중국에서 전체 모바일 사용자의 86%에 해당하는 8억 명 이상이 이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가상화폐 수준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데다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용을 꺼릴 수 있다. 셰 교수는 “특히 대규모 거래나 해외 자금 이전에서 사람들이 가상화폐 사용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워낙 높다. 현재 국제 외환 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인 반면 위안화는 4%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