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8년 새 최고치 코로나19 백신과 경기부양책 기대감 등 더해진 결과
6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4일 기준 t당 7735달러로 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저점을 찍었던 3월 23일(4774.20달러)과 비교하면 약 62% 오른 수준이다. 철광석 역시 올해 들어 고공행진 중이며, 알루미늄과 아연 등 기타 원자재 가격도 5월 중순 이후 40% 뛰었다.
주택부터 전기차까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금속은 중국이 전 세계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올해 초 중국 산업 전반에서 지출이 줄자 원자재 수요 역시 급감했다. 그러다가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거세지면서 가격 변동 폭도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이 제련된 구리 440만t을 수입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치다.
아연·알루미늄 제조업체 임페리얼징크의 제이 샌들러 사장은 “올해 초 공장 폐쇄 기간 경기 전망은 어두웠으나 현재는 호황기를 맞았고,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초과 근무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미국 최대 구리 채굴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 같은 금속생산업체의 주가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리처드 애드커슨 프리포트맥모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 여기에 올인 한 상태”라며 “부채 상환과 주주 배당금, 증산 및 투자 등 우리의 모든 계획도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코로나19 백신의 기대감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식 가격이 기록적으로 오르고 채권 수익률은 최저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금 일부가 고점에 미치지 못한 원자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온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다리우스 타바타바이 금속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선과 백신) 두 가지 큰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피에라캐피털의 캔디스 뱅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시성만으로도 가격에 많은 탄력이 생겼고,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백신 보급으로 구리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페루 등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와 노동자 파업 영향으로 광산 일부를 폐쇄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2014년과 2015년 금속 가격이 급락한 이후 새로운 채굴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공급이 줄어든 점을 거론했다. 낮아진 가격에 공급이 줄었지만, 그 폭이 수요의 감소 폭보다 큰 탓에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속 전문 헤지펀드인 드레이크우드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릴리 전무이사는 "공급은 수요 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질을 빚고 있었다"며 "현재 산업용 금속 전망은 10년 전 기록적 수준보다 밝다"고 말했다.
WSJ는 코로나19 확진 사례의 지속적인 증가가 산업재 수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최근 몇 달간 미국과 중국에서 공장 가동이 빨라진 것은 금속 생산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며 현재까지 제조업 업황은 여행·레저와 같은 서비스 산업을 앞지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