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나흘 연속 신고가를 갈아치우자 삼성그룹주펀드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018년 이후 약 2년 만에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이한다는 전망에 삼성전자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삼성그룹펀드 24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4.15%로 집계됐다. 기간을 넓혀보면 수익률은 더 높았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최근 3개월, 6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15.94%와 21.18%로 집계됐다.
개별펀드 가운데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SW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36.83%로 가장 우수했다. 이 밖에도 ‘삼성KODEX삼성그룹주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28.85%)’, ‘미래에셋TIGER삼성그룹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17.37%)’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와 더불어 고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이 삼성그룹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400원(1.96%) 오른 7만29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엔 7만3500원까지 치솟으면서 신고가를 또 갈아치웠다. 올해 3월 19일 코로나19 충격으로 4만2300원까지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급반등하면서 지난 3일(7만500원) 사상 처음 7만 원 선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9.3% 상승했고, 시가총액도 430조 원을 넘어섰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노르웨이(3664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삼성SDI, 삼성SDS 주가가 각각 2.4%, 0.6% 오르는 등 흔히 ‘삼성 후자’라고 불리는 IT 계열사 주가도 소폭 상승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200과 마찬가지로 삼성그룹주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가 펀드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투자KINDEX삼성그룹주SW’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 25.99%나 된다. ‘삼성KODEX삼성그룹주‘에서 비중도 20%가 넘는다. 이밖에도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 실적도 삼성전자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보니 그룹 전체가 사실상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좌우되는 면이 크다.
전망도 밝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8.4% 증가한 4694억 달러(약 509조770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월 내놓은 전망치(6.2%)보다 상향 조정했다. 특히 메모리 매출은 올해보다 13.3% 증가한 1353억 달러(약 14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는 2021년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2018년에 기록한 역사적인 영업이익(58조9000억 원)을 내년에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최근의 주가 상승은 주가 재평가 측면이거나 2022년 이후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확신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영업 환경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환율 급락으로 올 4분기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낮아진 DRAM 재고에 따른 업황 반전 기대감이 투자판단에 더 중요할 요소로 작용한다”며 “NAND 부문도 투자 예상시점을 고려해보면 하반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추가적인 5G 네트워크 장비 수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차익실현 물량도 늘고 있다. 지난 3개월 전까지만 해도 791억 원어치 순유출이 있었지만 최근 일주일새 1781억 원 규모로 가파르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