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국민 피땀인 세금 너무 우습게 본다

입력 2020-12-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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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문재인 정부가 국민을 가장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 ‘집값’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3년 반 부동산정책 헛발질만 거듭하면서 집값을 다락같이 올려 놓았다. 그리고 집값이 비싸졌다고 세금 공격을 퍼붓는다. 집 없는 사람들은 발버둥쳐도 내집 갖기 어려워진 데 절망하며 분노하고, 수십 년 허리띠 졸라매 집을 장만한 이들은 세금에 고통스럽다.

이전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이 “세금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혼쭐난 적 있다. 틀린 말 아니다. 17세기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 시대 재상이었던 콜베르의 유명한 세금론이다. 절대군주도 세금 걷는 일은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세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국방·복지·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대가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납세는 병역·근로·교육과 함께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4대 의무다. 세금을 혈세(血稅)라고 하는 건 국민의 피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징수돼야 말썽이 없다. 공평부담과 국민 개세(皆稅),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조세의 기본원칙인 이유다. 국민은 각자의 경제능력에 비춰 세금이 무리하지 않을 때 기꺼이 낸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저항한다.

지금 정권의 세금은 노골적이고 무자비하다. 집값 잡겠다며 막무가내로 올리는 부동산 세정(稅政)이 특히 그렇다. 비싼 집의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징벌적이고, 얼마나 아픈지 어디 견뎌 보라는 식이다. 아무리 부자가 소수여도, 그들을 표적 삼은 세금은 차별적 약탈일 뿐 조세정의와 거리가 멀다. 집 가진 사람과 아닌 이들을 편 갈라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재산세가 해마다 오른 데 이어 종부세 폭탄까지 터졌다. 오는 15일까지 내야 하는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74만4000명, 고지세액 4조2687억 원이다. 작년의 59만5000명, 3조3471억 원보다 각각 14만9000명(25.0%), 9216억 원(27.5%)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에는 33만9000명이 1조7180억 원을 냈다. 4년 만에 납부대상이 2.2배, 세액은 2.5배 증가했다.

주택분만 따지면 납세의무자 66만7000명, 세액 1조8148억 원으로 작년보다 28.3%, 42.9% 늘었다. 서울이 39만3000명, 경기 14만7000명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세액은 서울이 1조1868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3%, 경기는 2606억 원으로 38.8% 폭증했다. 서울의 경우 1인당 평균 세액이 300만 원이다.

이제 서울 강남지역 비싼 집 가진 이들만의 종부세가 아니다. 서울의 주택보유자 250만 가구 중 15% 이상이 종부세를 내야 한다. 1주택 실수요자들도 피해갈 수 없다. 집값이 많이 올라 세금이 갑자기 배로 뛴 곳 적지 않다. 특히 문제 되는 건 별 소득 없이 집 한 채가 모든 재산인 은퇴자 계층이다. 정부는 장기보유나 고령자 감면 혜택으로 실제 세부담은 크지 않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감면조항의 일반화는 사안의 본질을 호도(糊塗)하는 것이다.

충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주택 보유세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해마다 높아진다. 아파트는 현재 70% 미만에서 2030년까지 90%까지 상향된다. 종부세율과 함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큰 폭으로 오른다. 집값이 안 올라도, 집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세금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양도세·취득세·상속 및 증여세도 따라 오른다. 건강보험료와 개발부담금 등도 더 내야 한다. 공시가격이 적용되는 행정목적은 60여 가지다. 국민 삶의 근간인 주거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생활은 갈수록 고단해진다.

피땀으로 장만한 집 한 채 가진 것, 그 집값이 비싼 게 죄가 될 수는 없다. 누가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는 엉터리 정책으로 시장을 들쑤셔 집값만 올렸나. 집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 비싼 집 가진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갈라쳐 한쪽을 때리는 세금이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베르사이유 궁전 신축과 침략전쟁으로 국고를 고갈시켰고, 이를 메우기 위한 훗날 루이 16세의 가혹한 세금이 1789년 대혁명으로 이어졌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세금 수탈이 민란과 혁명을 부른 역사의 사례는 흔하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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