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치료한 신의진 "조두순, 피해자를 동물처럼 취급…12년 전과 똑같으면 어쩌나"

입력 2020-12-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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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나영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고 있다. (뉴시스)

조두순으로부터 잔혹한 성범죄 피해를 본 '나영이'(가명)의 초기 심리 치료를 맡았던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두순은 그냥 성범죄자가 아니라 사람을 동물 취급했다고 할 정도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12년 전과 똑같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8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두순 출소는) 12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교정될 가능성이 안 보이는 사람을 바로 피해자를 코앞에 갖다 놓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의진 교수는 "사실 1년에 한 500명 정도 성폭력 피해 어린이를 진료하는데 (조두순 사건은) 정말 엽기적이었다"며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강간이나 이렇게 할 문제가 아니라 거의 살인미수, 살인이라고 생각을 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의진 교수는 조두순에 대해 "술을 마시고 충동성이 나오면 상대방이 어떤 고통을 느낄 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공감을 못 하는 성격"이라며 "자신이 키우던 개를 학대했다고 자랑까지 하고 있는데 생명체 자체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안 되는 사람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두순이 받은 550시간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치료라고 붙이기는 곤란하고 교육(에 불과하다)"이라며 "흔히 심리치료라고 하려면 이 치료를 해서 효과성을 검증하는데 효과성이 3년 지속해야 한다. 어떤 효과성 검증이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범죄자라 하면 조두순 같은 스타일을 포함한 다양한 그룹이 있다. 범죄자의 유형에 맞춘 치료를 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조두순 같은 경우엔 (범죄에 대한) 부인부터 깨고 자기가 한 행위에 대해서 이 아이가 얼마큼 다쳤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부인부터 깨야 하는데 제가 본 프로그램에는 전혀 그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신의진 교수는 "수감 생활 중에 보인 행동들에 대한 동료 재소자들의 증언이 다 사실이라면 12년 전과 똑같은 것"이라며 "옛날하고 정말 똑같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우리나라의 형벌은 주로 그 죄에 대한 책임을 짓는 쪽으로만 많이 만들어져 있지 가해자가 나왔을 때 범죄자의 범행을 막고 억제하고 제한하는 보완 처분은 전혀 체계화돼 있지 않다"며 "12년 동안 보안 처분에 대한 부분은 예산도 안 쓰고 제도도 안 만들고 전문 프로그램도 없이 갑자기 보호수용법 비슷한 걸 만든다고 한다. 졸속으로 만들면 인식에 대한 구속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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