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채용자 추천 리스트'를 관리하고 특정 지원자에게 채용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부(재판장 박수현 부장판사)는 9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송모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 원, 후임자였던 강모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팀장인 오모 씨와 박모 씨에게는 각 벌금 1000만 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하나은행이 사기업으로써 필요한 인재 채용에 관한 재량권이 있고 추천사실은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필요한 역량을 검토해 합격자를 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비공식적 방법으로 인사부에 전달되는 추천자 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했으며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한 장치였다고 판단하고 업무방해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지원 당시 남성과 여성 지원자 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여성 지원자 합격 비율을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해왔다"며 "직무상 남성 행원이 필요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합리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금융기관으로서 높은 공공성이 있어 사회적 책무를 갖는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기대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사회 전반의 신뢰를 훼손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씨 등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고 은행 고위 임원과 관련된 지원자와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사외이사·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전형을 적용하거나 임원 면접점수를 높게 주는 등 입사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