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베이비부머세대(1955~1964년생)·X세대(1965~1979년생)에 이어 주력세대로 떠올랐다. MZ세대는 전체 인구의 30% 이상, 기업 구성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은 주력세대로 떠오르면서 추구하는 커리어나 라이프 스타일도 달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외치는 반면, Z세대는 '워라블'(Work-Life Blend)를 쫓는다. 즉, 밀레니얼 세대는 삶과 일을 병행하기 위해 퇴근 후 일과 분리하고 싶어한다면, Z세대는 오롯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과 생활을 적절히 '섞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근 직장인들은 원격근무나 재택근무 형태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근무 형태가 잦아지면서 직장인들은 사무실이 아닌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장기간 머물며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현상이 생겼는데 이를 '워케이션'(Workation)이라고 부른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넘어 일과 일상이 어우러진 '워라블'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워라블'은 '워커홀릭'을 의미하지 않는다. Z세대는 온전한 '나의 삶'을 꿈꾸기 때문에 '워라블'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에 퇴근과 동시에 회사 업무를 '로그아웃'하던 밀레니얼 세대와는 달리, Z세대는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일을 위해 기꺼이 삶과 일의 경계를 없애고자 노력한다. 즉, '조화로운 삶'을 가꾸어 나가기 위한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Z세대 중 '비혼주의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워라밸'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이들에게 '조화로운 삶'이란 육아·가사를 배제한 온전한 '자기 삶'을 의미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그곳에서 더 큰 심리적 만족감과 활력을 얻는 것이 '삶의 균형'이라고 말한다.
워라블족인 직장인 A 씨는 금융회사 애널리스트로 일을 한다. 애널리스트의 업무를 마치고 퇴근 후엔 금융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이는 자신의 커리어 만족감 추구를 위해 일과 생활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다.
반면 워라블과 달리 워라밸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은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피곤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B(31) 씨는 "워라밸을 추구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하는 시간은 희생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워라밸'과 '워라블', 현재를 살고 있는 당신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는가?
최근 몇 년간 노동시장에서는 '워라밸'이 유행이었지만 최근 '워라블'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처럼 대조적인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해 건국대 이항심 교육학과 교수는 "워라밸을 일과 삶 중 하나가 올라가면 하나가 내려와야 하는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라밸의 본질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데에 있으며 일과 삶을 대립하는 구도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일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일과 삶을 서로 상생하고 도와줄 수 있는 관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스타트업랩스 대표인 현혜조(40) 씨는 자신을 '워라블사이더'(WALBsider)라고 부르며 일상에서 워라블을 실천한다. 그는 워라밸과 워라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 "워라밸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이어 "일과 삶을 분리하려고 노력하면서 정신과 육체에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