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룡·한상윤 "어려운 시기, 유쾌한 그림으로 웃음 드리겠다"
9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피카프로젝트 청담본점에서 만난 박규리는 아이돌그룹 '카라' 출신이라는 꼬리표에서 한 발 떨어진 모습이었다. 그의 이름 앞엔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박규리는 "큐레이터라는 단어를 쓰는 게 지금도 부끄럽다"며 "이번 전시를 하면서 큐레이터분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박규리에게도 이번 전시는 도전이다. 그는 지난해에 들어갔던 매니지먼트 회사가 올해 초 파산을 하면서 홀로 활동하고 있다.
박규리는 "감정적으로 사람에게 상처받는다는 게 두려웠다"면서 "올해는 안 해봤던 활동을 하면서 감정을 많이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큐레이터로의 변신한 박규리는 부담보다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 섰던 만큼 어떤 시선으로 전시를 재밌고 신선하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며 "피카프로젝트 안에서 앞으로 하는 기획도 기존의 갤러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는 임하룡과 한상윤 작가의 70여 점의 작품을 '해학'과 '위로'로 묶었다.
임하룡은 2018년부터 화가로도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살아온 연예인으로서의 정체성도 '눈동자'라는 매개체로 작품에 풀어냈다. 동물, 숫자, 한글 등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도 그의 미술적 특징이다.
임하룡은 그림으로 웃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힘내시라는 의미로 유쾌하고 재밌는 그림을 선보이고자 했다"며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팝 아티스트로 불리는 한상윤 작가는 '부'(富)와 '복'(福)을 상징하는 돼지를 의인화한 '행복한 돼지'를 대표작으로 선보인다. 이 돼지에 대해 한 작가는 '나 자신'이라고 했다.
한 작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 모습을 돼지로 투영해서 그려냈다"며 "코미디언의 아버지이자 이 시대를 주름잡던 임하룡의 개그가 '눈'에 녹아 있다면, 풍자화를 전공했던 저는 돼지 속에 풍자를 넣었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12일부터 23일까지 피카프로젝트 청담본점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