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 완화에도 가계부채 증가세 더 확대,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향후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점검포인트에서 11월 통화정책방향에 있었던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부문을 삭제했다.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금리인하 사이클은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코로나19 충격 완화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확대되는 부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향후 통화정책도 경기회복 지원에서 금융불균형 우려 쪽으로 한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20년 12월호’에 따르면 향후 통화신용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경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점검포인트로는 △코로나19의 전개상황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꼽았다.
이를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발표한 통방 문구와 비교하면 점검포인트에서 맨 끝에 기술했던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가 빠진 것이다. 더불어,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75bp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축소하고 신용흐름을 원활화해 실물경제가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또, 최근 하루 7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주요국에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지만 11월 통방에서 국내경제 회복세 부문을 기존 ‘더딜 것’에서 ‘완만할 것’으로 변경했던 부분을 유지하면서 국내경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상형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11월말 통방 의결문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며 “전체적인 내용을 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주요 고려사항으로 기존 점검포인트 외에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을 꼽았다. 우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정치적 리스크는 상당히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는 각각 우리 수출과 관련 산업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맹 협력 중시와 다자간 무역체제 복원도 무역환경 불확실성 완화와 세계교역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반면, 대중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라고 꼽았다.
최근 부동산값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을 인식했는지 주요 고려사항 중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우려 부문을 한 페이지 넘게 할애하며 가장 길게 기술했다. 정치권과 전문가 등 일각에서 최근 집값 급등의 한 원인으로 한은의 과도한 기준금리 인하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주택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지속 등으로 가계대출이 당분간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증가세가 지속되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 운영시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에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주택시장으로의 자금흐름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형 국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실물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했다. 가계대출도 불가피하게 늘었다”며 “코로나19 충격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확대되는 것에 대해 한은으로서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간에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건전성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를 안정화하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