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지역 임장(부동산 업계에서 현장 조사·답사를 이르는 말)을 통해 서해안 중소도시의 시장흐름을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동산 실전투자·임장 경험을 자랑하며 부동산 전문가로 꼽히고 있는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부동산 온라인 카페를 통해 군산 지역 임장 참여자를 모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의식한 듯 소수정예로 임장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밝힌 A씨는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내년 부동산투자는 지방장을 중점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 투자를 권했다.
정부가 인터넷카페, 유튜브 등을 통한 온라인 교란행위에 대한 단속 및 처벌 강화에 나섰지만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부동산 투자와 임장 관련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정부 규제가 무색한 상황이다.
군산 투자 임장을 추진하고 있는 A씨의 사례만이 아니다. 정부 규제로 수도권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지자 지방 중소도시를 타깃이 되면서 군산 뿐 아니라 전북 전주, 경북 구미, 경남 창원, 청북 서산, 강원 속초 등 전국 곳곳이 이들의 사정권이다.
이유도 다양하다. 군산의 경우 SK그룹이 새만금에 2조1000억 원을 투입해 데이터 센터와 창업클러스터 등을 구축한다는 소식을 호재라고 부각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전주는 에코시티 단지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유혹한다. 구미는 신공항, 청주는 산업단지 조성, 원주는 교통망 확충 등이 호재라고 말하고 있다. 창원은 인근 지역에 비해 소외됐다는 것이 이유다.
표면적으로는 각종 호재를 들먹이고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지역이 비규제지역이란 점이다. 정부 규제로 투자가 어려운 지역을 피해 취득세·종부세 등의 세(稅) 부담이 없는 중소도시를 먹잇감으로 삼은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투기 세력으로 인해 이들 지역의 집값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원의 경우 석달 여 만에 아파트 가격이 2억 원 넘게 오른 사례도 나타났다. 창원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 전용면적 84㎡이 지난달 26일 10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7월에만 하더라도 7억 원대에 거래됐다.
전주 에코시티더샵2차 전용 117㎡형은 지난달 3일 11억 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최고가는 8억7000만 원이었다.
실제 이들 지역은 외지인 투자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창원 아파트 매입 건수 총 3453건 가운데 외지인(경남 외 지역) 매입은 22.39%(77건)으로 나타났다. 9월 13.8%, 10월 22.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전주도 같은 기간 외지인 매입규모는 18.67%로 전달 14.37% 보다 높아졌다.
창원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규제한다는 소식에 잠잠해 지기는 했지만 몇달 간 외지인들이 단체로 방문해 집을 쓸어갔다"며 "너무 오른 집값에 집주인들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