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세계의 공감을 얻다
미국 타임 선정 ‘2020 올해의 엔터테이너’.
올해 가장 많이 트윗 된 인물 6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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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이야기도, 아리아나 그란데 이야기도, 테일러 스위프트 이야기도 아니다.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이야기다.
10대에겐 오빠 형 같고, 20~30대에겐 친구 같고, 40대에겐 동생 같고, 50대 이상에겐 아들 같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을 가진 세계 유일의 그룹일 것이다. BT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 세상. BTS는 꾸준한 소통과 따뜻한 노래로 좌절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면서 세계 음악계를 평정해 나가고 있다.
2013년 6월 12일. 방탄소년단은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룹을 결성한 지 3년 만이다.
‘학교 3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싱글 앨범인 ‘2 COOL 4 SKOOL’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 결과물이다.
‘방탄소년단’이란 그룹 이름은 ‘총알 같은 10대와 20대를 향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고 자신들의 음악을 지켜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Bang Tan Sonendan’의 약자인 BTS는 이후 ‘Beyond The Scene’이라는 의미로 아이덴티티를 확장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청춘이라는 것.
팬클럽 이름 ‘ARMY(아미)’는 군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Army’이기도 하지만, 젊은 층을 대표하는 매력적인 MC라는 의미의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로 만든 조어다. ARMY는 오늘날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일등공신이 된다.
2010년 9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11년 데뷔 시킬 계획으로 ‘방탄소년단’ 멤버 오디션 공고를 냈다. 오디션은 당시 이미 연습생이었던 RM과 또 한 명의 연습생과의 랩 대결 방식. 지원자는 두 사람과 똑같은 곡으로 오리지널 랩을 만들어 경쟁했다.
2011년 7월 빅히트는 두 번째 오디션을 연다. 그 해 8월 RM, SUGA, J-HOPE의 사투리 랩 ‘팔도강산’이 TV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약 30여명의 연습생이 ‘방탄소년단 프로젝트’에 참가, 수 차례 콘셉트를 변경하고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 JIN(진), SUGA(수가), J-HOPE(제이홉), RM, JIMIN(지민), V, JUNG KOOK(정국) 7인조 그룹이 된다.
원래는 노래와 랩에 집중하는 힙합 그룹으로 활동할 예정이었으나 댄스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아이돌 그룹으로 콘셉트를 변경, 이 때문에 중도 하차한 연습생도 있었다.
2012년 12월 17일 ‘방탄소년단 RM’ 영상이 공식 블로그에 게재됐다. 그 후 비공개 연습생이던 V를 제외한 멤버 이름과 영상 등이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멤버들은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고,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커버송 등을 발표했다.
2013년 5월 20일, 방탄소년단은 블로그를 잠정 폐쇄하고 대신, 공식 홈페이지를 공개하면서 정식 데뷔를 알렸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그때까지 소셜미디어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V의 티저 사진이 공개됐고, 이어서 다른 멤버의 사진과 데뷔 곡 티저가 공개, 6월 12일 ‘학교 3부작’의 첫 번째 데뷔 앨범인 ‘2 COOL 4 SKOOL’이 세상에 나왔다.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 ‘ARMY’도 그 해 회원 모집에 들어가 2014년 3월 29일 공식 팬클럽을 창단했다.
그때부터 이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2015~2016년 ‘쩔어’,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로 활동하면서 팬덤은 더욱 커졌다. 2017년 ‘봄날’ ‘DNA’로 국내 최정상 아이돌로 우뚝 선다.
특히 BTS는 ‘학교 3부작’에 이은 ‘화양연화’ 시리즈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학교 시리즈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그렸다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는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청춘들의 고뇌와 갈등을 그린다. 화양연화 시리즈 1탄 타이틀곡 ‘I NEED U’는 각종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고, 같은 앨범 수록곡 ‘쩔어(DOPE)’는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 ‘5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 같이 한국 사회의 우울한 현실을 풍자한 유행어를 담아 공감을 얻었다. 당시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 ‘빅뱅’ ‘엑소’ 등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됐다.
2017년, BTS는 본격적으로 보폭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힌다. 2월부터 7월까지 ‘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III : The Wings Tour’로 북미와 남미, 아시아 총 10개국 17개 도시를 돌며 총 32회의 공연을 통해 40만 명을 동원했다.
그 해 BTS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당시 후보에는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숀 멘데스 등 쟁쟁한 글로벌 스타들이 올랐는데, BTS는 2011년 이 상이 만들어진 후 6년 연속 수상자였던 비버를 제쳤다.
같은 해 발매된 ‘Love Yourself : Tear’는 ‘빌보드 200’에서 7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는 한국 그룹으로는 처음 초청돼 ‘DNA’를 선보였다. 뉴욕포스트는 ‘DNA’를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꼽았다. 이를 계기로 미국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 ‘레이트X2쇼- with 제임스 고든’, ‘지미 키멜 라이브!’, ‘엘렌의 방’ 등에 출연했다. 2019년에는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 발표자로 초대받았다.
BTS는 2018년 ‘Love Yourself : Tear’로 미국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아시아 최초의 그룹이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류와 한글 보급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한국 정부로부터 최연소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 해 BTS는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Love Myself’ 캠페인을 유니세프와 시작,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 발표 행사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연설해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유창한 영어로 화제가 된 그룹 리더 RM의 연설은 영어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들의 질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20년 8월 21일 디지털 싱글 ‘Dynamite’는 ‘빌보드 핫 100’에서 처음 등장하자마자 1위를 차지하며 2주 연속 선두를 지켰다. 1970~1980년대 디스코를 연상시키는 레트로풍의 ‘Dynamite’는 모든 가사를 영어로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11월 20일 내놓은 ‘Life Goes On’은 ‘빌보드 핫 100’에서 두 번이나 1위에 올랐다. 특히 이 노래는 가사가 전부 한글임에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더욱 화제가 됐다.
세계를 정복한 BTS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외신들은 멤버 개개인과 그룹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충성스러운 팬덤인 ‘ARMY’를 빼놓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ARMY들은 BTS 관련 콘텐츠를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부터 광고 게시와 소셜미디어 행사 진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 해외 팬 연합 계정(@btsanalytics)은 BTS의 앨범 판매량과 유튜브 관련 영상 조회 수, 스트리밍 횟수 등을 공유하는데, 팔로어 수가 250만 명에 달한다. 팬들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한다.
ARMY 중에는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활용해 ‘덕질(팬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변호사 ARMY가 다른 팬들에게 법적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모회사 빅히트의 상장을 앞두고는 투자 경험이 있는 팬들이 다른 팬에게 주식 투자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아이돌 팬은 보통 10대 소녀들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아미는 나이와 인종, 종교, 국적이 다양해 이러한 팬들 간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