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 수장들이 임기 만료를 코 앞에 두면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정부의 건설ㆍ부동산 규제 여파 등 악재가 많아 '안정'에 방점을 찍는 인사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임 등 대규모 인사 가능성을 예고하는 행보가 나오고 있어 건설업계 역시 연말 인사 칼바람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최근 연임을 확정했다. 2017년 취임한 하 사장은 주택사업 역량을 강화해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2조 원이 넘는 수주액을 기록했다. 새로 론칭한 '르엘'까지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면서 내년에도 자리를 지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올해 초 가장 빨리 연임을 확정하고 내부 안정을 꾀해 왔다. 내년 만료될 예정이었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까지로 연장됐다. 업계에선 SK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내년에 더 강화될 것으로 본다. 현재 SK건설은 친환경 연료전지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인사를 단행한 대림산업은 배원복 대림산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림산업은 내년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지주사 DL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장의 거취가 주목되는 곳은 임기 만료를 당장 코앞에 둔 HDC현대산업개발ㆍ포스코건설ㆍ대우건설 3곳이다. 이 중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한성희 포스코 건설 사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업계에선 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늘었다. 두 기업 수장의 거취는 이달 경영진 인사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305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5% 감소한 데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3년 연속 하락했다. 이에 내년 6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형 대우건설 사장에 대해 교체설이 나돌지만 거취는 내년 봄께나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의 경우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데미지를 크게 받고 있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 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인사 역시 혁신보다 안정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안정보다는 혁신으로 위기를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최근 연말 인사에서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사장을 교체했다. 지난 8일 이영호 사장이 물러나고 오세철 플랜트사업부장(부사장)을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올해 삼성물산은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했는데도 강남권 재건축 사업을 잇따라 거머쥐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건설부문 실적에선 3분기 기준 매출이 3조1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240억 원으로 10% 넘게 줄었다.
업계에선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물산은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며 "핵심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현장 전문가를 사장 승진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보임해 변화와 혁신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에 이어 현대건설도 수장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박동욱 사장이 최근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규모 인사 교체가 예상돼서다.
당초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4591억 원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33% 넘게 감소했지만 올해 국내 정비사업 수주 최대어였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을 손에 넣는 등 도시정비사업에서만 4조 원이 넘긴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이에 박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점쳐졌다. 정비사업 수주가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곳간을 탄탄하게 채웠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3분기 기준 누적 수주액은 모두 21조 8921억 원으로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25조1000억 원)의 90%에 달한다.
현재 박 사장의 후임으로는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겸 부사장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