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0개월 만에 11% 줄어
건설사들의 '아픈 손가락'이던 장기 미분양 주택이 줄고 있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한 쪽을 억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현상) '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6703가구다. 전달(2만8309가구)보다 5.7% 감소했다. 지난해 말(4만3268가구)과 비교하면 열 달 동안 44.1%가 줄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감소세다. 지난 연말만 해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에 1만8065가구 있었지만 10월엔 1만6084가구로 11.0% 감소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줄면 시행사나 건설사 재무 부담도 가벼워진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던 단지들도 차차 주인을 찾고 있다. 부영주택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지은 '창원 월영 마린애시앙'이 대표적이다. 분양 직후인 올 초만 해도 전체 4298가구 가운데 4125가구가 미분양됐던 이 아파트는 이달 초 미분양 물량이 1690가구까지 줄었다. 10~11월 두 달 동안에만 1472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창원 월영 마린애시앙은 한때 전국 미분양 주택의 1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 미분양 단지였다.
부영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규제가 심해지고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합쳐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리 단지에서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데다 창원 인근 부산에서도 해운대ㆍ수영ㆍ동래ㆍ연제ㆍ남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비규제지역이 희소해져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마산합포구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한 사람 절반 이상이 창원 밖에 사는 외지인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소진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 두산위브 더 제니스'는 이달 초 모든 가구 분양을 마쳤다. 이 아파트는 2009년 분양 당시 2700가구 중 2400가구 이상이 미분양되면서 두산건설 경영에 치명타를 입혔다.
일산 두산위브 더 제니스가 11년 만에 미분양 오명을 벗은 것은 저렴한 집값 덕이다. 이 아파트는 현재 3.3㎡당 1500만~160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두산건설이 처음 매긴 분양가와 거의 차이가 없다. 고양시 역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낮은 만큼 규제 정도는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보다는 느슨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아파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할인도 잦은 만큼 실수요자에겐 메리트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 번 시장에서 외면받은 적이 있는 만큼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기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