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미래 청사진 발표에도 현대차의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향후 5년 계획 발표가 장기 비전 제시로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당장의 실적 증가를 원하는 투자자에겐 매력을 끌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한 10일 종가인 19만 원 선에서 머물고 있다. 5거래일 동안 첫날 하루는 관망세로 변동이 없었고, 남은 3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에서야 약 반등 수준으로 회복했다.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청사진이 시장에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 자금의 이탈로 대변된다. 외국인과 기관은 5일 동안 각각 537억 원, 151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만 2000억 원 가까이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조정장세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장기투자자에게 펀더멘탈 강화에 확신을 주었지만, 향후 2년간의 실적 기대치가 낮았던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재무 분야에서 2025년까지의 로드맵과 비전 발표했는데,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변화에 대한 앞선 준비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 손익 가이던스(전망치)는 원화강세 및 수요둔화로 하향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 자동차 부문 매출액을 85조 원으로 가정하면 영업이익이 3조4000억~4조3000억 원으로, 금융과 기타 부문 영업이익 1조8000억 원 감안 시 7000억~1조6000억 원의 괴리율이 생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2년 가이던스가 하향됐고, 영업이익률(OPM)도 7%에서 5.5%로 낮췄다"며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이후 빠른 주가 회복세를 기록해 2021년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투자가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 목표치 하향에도 펀더멘털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2년 영업이익률 하향과 달리 2025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8%로 유지한 것은 주목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정비 부담이 큰 장치산업으로서 산업수요가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역 영업레버리지(영업비용 중 영업고정비 비율) 효과를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가이던스 하향이고 기업 펀더멘털적 요인이 아니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현대차는 여전히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럭셔리 차종의 비중 확대와 3세대 플랫폼 적용 차량들의 증가로 인한 수익성 개선에 대해 낙관적이다"고 분석했다.
특히 '로봇개' 개발사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모빌리티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물류·운송·서비스 사업 활용 극대화가 장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보유한 사물과 공간 인식 기술은 자율주행에도 응용 가능하다"며 "UAM과 스마트 팩토리 기술의 시너지로 이어지면, 향후 로봇 상용화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손실을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UAM은 전동화·자율주행·빅데이터·라이드쉐어링의 기술 집약 모델로 승객과 화물, 공공 수요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40년까지 1조5000억 달러(1634조 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투자계획은 6년간(2020~2025년) 60조1000억 원 규모로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에 36조6000억 원, 미래 기술 역량 확보에 23조5000억 원(전동화, 수소,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투자 계획"이라며 "손익 전략은 내연기관 고수익 유지를 위한 최적화와 전기차의 내연기관 수익성 달성 목표, 미래 신사업의 투자회수 기반 구축 등으로 대부분 2025년을 목표으로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