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4대 시중 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중 처음으로 연말 명예퇴직에 나섰다. 디지털 전환(DT)으로 영업점이 줄어가는 추세인 데다 코로나19까지 더해진 위기에 서둘러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사는 명예퇴직 실시안에 합의하고 이르면 이날부터 신청을 받기로 했다. 대상은 만 54세(1966년생) 이상이다.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만 55세(1965년생)에게는 퇴직금으로 24개월 치, 만 54세 퇴직자는 36개월 치의 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지난해 명예퇴직 대상은 1965년생 이상으로 1965년생에게는 36개월 치, 1964년생에게는 30개월 치의 평균 임금이 지급됐다. 지난해보다 올해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퇴직자에게는 6개월 치의 평균 임금이 적게 지급되는 것이다.
이외의 조건인 자녀학자금(최대 2800만 원), 여행 상품권(300만 원), 재취업 지원금(3300만 원) 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명예퇴직엔 300여 명이 신청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예퇴직은 단행하는 이유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인건비, 임차료 등)가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경비율은 우리은행(53.7%)이 4대 은행 중 가장 크다. 타 은행들보다 영업이익 대비 인건비가 많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48.6%, 신한은행 44.2%, 하나은행 43.7%인 수준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는데 총 503명이 몰렸다. 지난해보다 147명 늘어난 규모다. 이는 퇴직 조건이 좋아 신청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농협은행은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1965년생과 1966년생 직원에겐 각각 35개월 치, 37개월 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967~1970년생 퇴직자에겐 39개월 치, 1971~1980년생 퇴직자는 20개월 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전직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만 56세 직원에게 전직 지원금 4000만 원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 원을 지급하고, 만 48~55세 직원에겐 농산물 상품권 1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도 이달부터 내년 1월 사이 희망퇴직을 신청받을 전망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 공문이 떠 이번 퇴직도 지난 퇴직 신청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희망퇴직을 정례화한 준정년특별퇴직제도로 매년 1월과 7월에 운영하고 있다. 이번 퇴직은 내년 1월 신청받을 전망이다. 준정년특별퇴직제도는 나이가 만 40세 이상이고 만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대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해 기존 오프라인 영업으로 운영되는 은행 시스템에 큰 충격을 줬다”며 “희망퇴직은 고정비용의 축소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