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상장사 현금자산 113조 원…5년래 최대치…M&A 실탄 충분
SK하이닉스, 현대차의 인수·합병(M&A) 등 빅딜이 일어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유망 먹거리에 주목하고 있다. 언택트ㆍ온택트 트렌드와 맞물려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AI(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에서 M&A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대형 M&A를 단행하지 않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를 대비해 현금 실탄을 충분히 쌓아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약 27조 원에 단기금융상품 약 90조 원으로 116조 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충분한 실탄을 들고 있는 만큼 언제든 M&A에 뛰어들어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M&A에 나서게 된다면,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에 주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유력한 회사로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 래티스 반도체 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12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로부터 주문을 받아 모바일기기, 가전, 네트워크시스템에 탑재되는 시스템 온 칩(SoC) 제품을 생산한 바 있다. NXP는 삼성전자와 근거리무선통신인 UWB(초광대역·Ultra-Wideband)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첨단 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지난 삼성전자가 전략적 M&A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발판을 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다. 내년 초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마무리된 후 삼성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역시 올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7조 원에 가깝게 쌓였다. LG는 구광모 회장 의중에 따라 국내외 M&A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먼저 전장사업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최근 세계 3위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한 것. 합작법인 출범을 기점으로 LG전자는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램프),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3개 축으로 나눠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한다.
LG의 다음 M&A 행보는 AI와 로봇 분야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로봇 모두 LG전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분야다. LG그룹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을 설립했고, LG전자는 UV-C 램프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세균을 제거하는 ‘클로이 살균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내년에는 국내 기업 중에도 다수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선 친환경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온시스템이 주목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이 기업 지분을 50.5% 인수한 지 7년 차가 되기 때문에 내년에 경영권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내 전선업계 2위 기업 대한전선도 내년 1월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LG하우시스의 자동차소재사업부 매각도 관심이다. LG하우시스는 LG에서 계열에서 분리됨에 따라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동차소재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0대 상장사의 올해 3분기 현금성 자산은 113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5000억 원 늘었다. 100대 상장사의 3분기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해 최근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내년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