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실당 ‘20명→8명’ 인원 제한
시험시간 수시로 창문 열고 환기
내년 1차 서류전형 면제 약속에도
확진자 등 시험 기회 배제 아쉬워
“대기할 때 일정 거리를 유지해 주세요.”
19일 오전 8시 20분 IBK기업은행의 하반기 신입 행원 공채 2차 전형인 필기시험장 중 한 곳인 서울 구로구 구일중학교. 이곳에는 고사실 입장 가능 시간 10분 전부터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대기하는 곳 바닥엔 수험생끼리 거리를 둘 수 있도록 2~3발자국 간격으로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험 안내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험생들에게 테이프에 맞춰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8시 30분이 되자 안내원들은 수험생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체온을 잰 수험생은 비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기업은행이 준비한 코로나19 증상 문진표를 작성한 후에야 고사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 수험생들은 가져온 문제집 등을 보며 마지막 준비에 집중했다. 코로나19가 부른 채용 시험의 신(新)풍경이다.
이날 기업은행은 구일중학교를 비롯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5개 도시 30여 개의 고사장에서 하반기 신입 행원 공채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대상은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 5548명이다. 한 고사장당 평균 180명 정도의 지원자가 몰린 셈이다. 기업은행은 필기시험 전 수험생들에게 KF80 또는 KF94 마스크를 지참하라고 안내했다. 또 마스크를 벗어야 먹을 수 있는 식음료 등은 가져오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필기시험 전 일부 수험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기업은행의 필기시험을 미뤄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시험 직전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겨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3단계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은행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기업은행의 시험 일정이 미뤄지면 타 은행 취업 기회를 잃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필기시험 일정을 바꿔 달라는 청원을 게재했다. 그는 시험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을의 입장인 취준생이기에 주어진 필기시험의 기회는 놓칠 수 없어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엔 300여 명이 동의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필기시험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기업은행은 한 고사실당 들어가는 인원을 8명으로 제한했다. 과거 20명 남짓이던 입실 인원을 줄인 것이다. 각 고사실 앞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해 수험생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고사실 입장 전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증상 문진표’를 배부해 수험생이 자가격리 중은 아닌지, 최근 2주 이내에 해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또 시험이 진행되는 150분 동안 중간중간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 이날 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은 “시험을 강행한다고 해서 불안했지만 고사실마다 8명씩 들어가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시험을 치르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얘기했다.
기업은행은 필기시험 전부터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힘썼다. 시험 5일 전 1차 서류합격자를 대상으로 ‘사전 동의 및 인적사항등록’ 절차를 진행해 수험생들의 건강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인원은 이번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게 하고 내년 같은 전형이 있을 경우 1차 서류 전형 혜택 면제를 약속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시대에 기업은행은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할 정도로 방역 수칙을 지키며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와 확진자가 시험 볼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모든 취준생을 아우르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수험생이 시험 진행을 불안해한 것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관련해서 문의가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면접 일정에 대해 “이전 전형과 동일하게 감염자, 격리 대상자를 확인할 계획이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