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종시 아파트값은 그야말로 폭등세를 보였다. 세종시 ‘천도론’과 ‘행정수도 완성론 ’논의가 올해 내내 언급되면서 세종시 아파트값을 올리는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을 세종시 아파트가 싹쓸이했다. 그 결과 일년 전보다 두 배(상승률100%) 이상 오른 단지가 세종시에서 줄줄이 등장했다. 서울에선 도봉구와 성북구 등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집값 급등에 전세난까지 더해져 실수요자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 매입에 나선 영향으로 해석된다.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 13단지 매매값 118% 올라 1위
21일 본지 이투데이 의뢰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지인 플러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 13단지’ 매매값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올라 전용면적 84㎡형 기준으로 전국 가격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세종시는 여당의 세종시 국회 이전 움직임과 정부부처 이전 마무리 등 행정수도 이슈가 부각되면서 아파트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3.6% 올랐다. 싱승률이 전국 평균(6.15%)보다 7배나 높고 전국 2위인 대전(16%)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세종시 고운동 일대 가락마을 아파트 단지가 전국 가격 상승률 상위 10곳 가운데 6곳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고운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세종시 아파트값이 전체적으로 많이 올랐지만 고운동 일대 아파트는 세종시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투자와 실거주 수요 모두 많이 몰렸다”며 “지난해 아파트값이 저렴했던 탓에 올해 집값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 중ㆍ저가 아파트도 상승률 상위권
서울에서는 강북지역 중·저가 아파트 단지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전용 84㎡형 기준으로 상승률 1위는 도봉구 ‘신동아1단지’로 올 들어 58%뛰었다. 이어 서대문구와 노원구, 강북구, 성북구 등 주로 강북 내 외곽지역의 아파트값이 40%가량 올랐다.
전월세 시장 불안도 올해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전월세 시장에선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기존 전셋집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전세 품귀로 전셋값이 연일 급등하자 전세 수요 일부가 매매로 전환됐고, 이들이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대거 나서면서 외곽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노원구 아파트의 3.3㎡ 평균 매매가는 올 들어 25%, 강북구와 성북구는 각각 24.6%와 24.2% 올랐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9.7%와 7.6%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서울의 평균 상승률은 14.8%였다.
아울러 아파트값 상승액 전국 1위는 대구 수성구 황금동 ‘수성지구2차우방타운’으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형 기준으로 지난해 말 6억4580만 원에서 이달 13억2450만 원으로 6억7870만 원 올랐다. 2위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로 같은 기간 21억4840만 원에서 27억2850만 원으로 5억8000만 원 상승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 안에서도 초고가 아파트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27%)에도 아파트 매매값 상승액은 컸다. 3위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3차아파트’로 이 기간 5억4085만 원 오른 11억583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상승액 10권 안에 이름을 올린 단지는 서울 강남구와 부산 해운대구 소재 아파트로 평균 5억 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