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촌까지 어떻게 다 파악하나요" 경총, 80개 기업규제 및 개선방안 발표

입력 2020-12-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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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업경영장벽 보고서' … "실질적인 규제 및 제도 개선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

▲손경식 경총 회장
"우리 회사는 오너가 고령이고 친인척이 많아 혈족 6촌, 인척 4촌이 모두 포함된 가계도를 그릴 수 없을 정도인데, 몇 년 전에 우리와 거래가 없는 회사를 계열사 현황에 누락시켰다고 고발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친척 간의 왕래가 뜸한 현대 사회에서 이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전근대적인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정부가 친족을 파악해서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공정거래법상 경제력집중 규제는 특수관계인 개념에 기초, 특수관계인 중 친족의 범위에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까지 포함된다.

경총은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특수관계인 가운데 친족의 범위를 '동일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또는 '4촌 이내의 혈족, 인척 중에서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는 자'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처럼 기업현장의 경영애로요인을 발굴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기업경영장벽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현장의 규제 요소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발표됐다. 경영‧노동, 안전보건‧환경, 신산업 분야의 연구팀을 구성해 지난 6개월여에 걸쳐 진행됐다.

경총은 현장에서 기업들의 규제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기관을 선정하고, 각각 20~40여 개 기업을 직접 방문해 해당 분야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경총 관계자는 "대면조사를 원칙으로 필요에 따라 설문지, 유선조사 등을 부가적으로 시행해 현장의 세세한 목소리까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연구조사 결과, 경영‧노동 분야 12개의 개선과제와 안전보건‧환경 분야의 39개 과제, 그리고 신산업 분야 29개 과제를 발굴하여, 최종 80개의 기업규제와 개선방안을 보고서에 담았다.

경영‧노동 분야에서는 ‘주기적 지정감사제 폐지’, ‘특수관계인 중 친족의 범위 축소’, ‘통상임금 판결 이후 건강보험료 추징 문제 해소’, ‘휴업수당 감액 결정 관련 절차 개선’ 등 12건이 개선과제로 제시됐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6년간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다.

이에 대해 기업에선 국가에서 지정받은 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수임료를 조정할 여지가 거의 없으며, 신규 지정감사인에게 회사 현황을 설명하는데만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등 비효율이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이에 따라 주기적 지정감사 제도를 폐지하고,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자율규범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 방안이 제기됐다.

안전보건‧환경 분야에서는 ‘추락위험 높이 기준(2m 이상) 명확화’,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중복규제 개선’ 등 39건이 개선과제로 제시됐다.

이 밖에 신산업 분야에서는 ‘이동식 건설로봇의 원격운용 안전 제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화장품 분류체계에 분말・건식 고체형상 화장품 추가’ 등 29건이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동식 건설로봇의 원격 조작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책임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법률 및 규정이 없어 건설로봇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총 측은 “이번 조사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고, 관련 기업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해결책이 검토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80개 과제가 실질적인 규제 및 제도 개선 성과를 견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와 국회에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에도 현장 중심의 기업애로 발굴 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드러나지 않은 규제들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규제 개선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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