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위드 코로나] 코로나의 경고...일상이 된 바이러스와의 동거

입력 2021-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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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야생동물 식용 등 ‘인수공통감염병’ 악순환 야기
국제협력 통한 환경보호 절실

전 세계를 마비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하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봉쇄’뿐이던 전술에 변화가 생겼다. 변이까지 일으키며 스스로 더 강력해진 코로나19는 장기전을 예고했지만 백신의 등장과 함께 어두운 터널 끝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이제 인류의 삶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코로나19는 예고편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인류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예고 없이 등장한 불청객으로 치부했지만 바이러스는 인간사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국제축산연구소(ILRI)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한 해 200만 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또 에볼라, 사스, 웨스트나일열, 코로나19 등 인수공통감염병의 종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잉거 앤더슨 UNEP 총괄책임이사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최소 6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서 “이로 인해 지난 20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19조 원)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는 또 다른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정책기구(IPBES)의 ‘코로나19’ 패널 의장인 피터 다스작은 “포유류와 조류에는 발견되지 않은 170만 개의 바이러스가 있는데, 그중 82만7000개가 인간에 전염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이에 원헬스저널은 전 세계가 대규모 감염병이 더 자주 발생하는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는 바이러스 확산이 얼마나 인간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교통 허브 도시 가운데 40%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역으로부터 5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14~20%는 보건 인프라가 취약하다. 조류 혹은 포유류에서 인간으로의 감염이 그만큼 취약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특히 인도 반도와 중국 남부 지역에서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오반 모어 리버풀대학 감염병학자는 “밀림이나 시장에서 감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주요 교통 허브 및 밀접 지역에서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드니대학교 보건대학의 전염병학자인 마이클 월쉬도 “팬데믹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게 결코 아니다”라면서 “발생 횟수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인간 활동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더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UNEP는 야생동물 식용·토지 황폐화·자원 채굴·기후변화 등이 동물을 매개로 한 전염병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서 식용으로 사용되는 야생동물의 거래 과정에서 바이러스 감염률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지역 시장 및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야생 쥐와 고급 비료용으로 사육되는 박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조사했다. 바이러스는 자연 상태의 박쥐 서식지에서 박쥐 비료 생산 농장, 야생 설치류 사육 농장, 야생 쥐 거래 장소로 이동할수록 감염률이 1.5배씩 증가했다.

보고서는 “야생에서 음식점을 거쳐 최종 소비자로 연결되는 야생동물 거래망에서 확산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인간이 바이러스 감염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는 야생 동물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시켰는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염 위험성은 상시적으로 존재하며 얼마든지 추가적으로 팬데믹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행동 양식을 바꿔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앤더슨 이사는 “야생동물 시장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전염병 팬데믹의 배양 접시”라면서 “야생동물 식용과 생태계 파괴를 지속한다면 앞으로도 여러 인수공통감염병이 꾸준히 나타날 것이 명확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야생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 보존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도 이번 코로나19뿐 아니라 사스 등 다수의 전염병이 야생동물 거래와 관련이 있다며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30년께 1인당 육류 소비량이 45.3㎏으로 1960년대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 간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IPBES는 “선진국만 방역을 강화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쉽게 넘는다”면서 “국제 협력 증진을 위한 고위급 국가 간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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