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 "대화했더니 10건 중 9건 갈등 해결"

입력 2021-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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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약 170건 갈등에 관여…'프랜차이즈 분쟁조정' 기억 남아"
"약자 돕는 게 서울시가 할 일…고맙다는 말 들을 때 가장 뿌듯"

▲홍수정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관. (사진제공=서울시)

'45.8%, 54.6%, 57.4%, 60.9%.'

서울시가 2017년부터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공갈등 인식조사에서 '갈등이 심각한 편'이라고 답한 비율이다. 조사를 시작한 첫해부터 매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갈등부터 정치적 대립까지 우리 사회에는 많은 갈등이 다양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홍수정 갈등조정담당관은 서울시가 2012년에 이 직책을 신설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갈등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갈등을 대화로 풀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를 포함한 12명의 직원은 8년간 170여 건의 사업에 개입했고, 이 중 87%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거나 합의가 됐다.

"처음에는 사업부서들이 갈등이라는 개념도 낯설어했어요. 갈등을 '상대방의 요구만 다 들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 요구를 다 들어주면 행정이 어떻게 되겠느냐'고만 생각했죠. 이제는 대화를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요청이 많습니다. 소송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문의하는 것을 보면 굉장한 변화라고 할 수 있죠."

홍 담당관은 갈등 해결 방법으로 '대화의 시작'을 꼽았다. 이해당사자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면 되지 왜 대화가 필요하냐고 반문하고, 행정에서는 사업 지연을 우려해 대화에 응하지 않으려는 것이 보통의 상식. 하지만 그는 대화를 거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갈등이 더 심화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해요. 정책이나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를 실시하는 '사전이행절차'라는 게 있어요. 지금껏 법이 정한 규모와 대상만 실시했다면 이제는 지역주민의 반대가 예상될 때도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를 실시해요.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죠."

'프랜차이즈 분쟁조정'은 그에겐 잊지 못할 사례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협의회와 본사가 대립한 사건으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과는 관련이 없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장을 방문하고 갈등조정을 약속하면서 홍 담당관도 이 일에 관여했다.

"이전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갈등만 다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게 서울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당사자 간 합의가 돼 잘 해결됐지만 조정 과정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기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홍 담당관은 갈등을 관리하면서 '생각의 방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상대방의 외향이나 행동을 보고 대화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편향성은 갈등 조정에서 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당사자들이 '갈등 조정하길 잘했다'며 고맙다고 할 때가 가장 뿌듯해요. 갈등 당사자는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와 사업 부지 인근 지역주민인 경우가 많아요. 조정을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유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하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면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거든요. 대화 자리를 마련해줘 고맙다고들 합니다."

가치 있는 일이지만 고충도 있다. 성과를 평가할 때다. 갈등 조정은 과정이 중요한데 성과 평가는 결과를 중시한다. 노력에 비해 보상을 얻기 힘든 구조다. 그는 갈등 조정의 경우 대화를 얼마나 시도했고 어떤 대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는지를 봐야 하는데 합의 여부만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갈등 조정은 힘들지만 계속돼야 합니다.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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