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놓고 막판 합의에 들어간다.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해당 법안에 반발해온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계는 국회를 연일 방문하며 입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4개 단체는 5일 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만나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는 이날 중대재해법안 심사를 재개하고 사업장 규모별 적용 시기, 영세업체 포함 여부, 징벌적 손해배상액 등을 놓고 조정에 들어갔다. 여당은 8일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상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중대재해법 입법을 막기 위해 거듭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와 소공연 등 단체는 전날 국회를 방문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만나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이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법안이 대표자에 대해 2년 이상의 처벌뿐만 아니라 법인 벌금, 행정 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지키기엔 가혹하단 것이다. 중기업계는 “이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 일본보다 높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규정하는 게 아니냔 불만도 나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자금 사정 등으로 중소기업은 모든 사고의 접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99%의 중소기업이 오너가 대표인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최소 2년 이상의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사업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소상공인들도 중대재해법 제정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의 소상공인 적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임용 소공연 회장 직무대행은 “중대 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이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나, 이 법의 소상공인 적용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소공연은 정부·여당의 중대재해법 법안에 따르면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른 시설’ 및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적용 영업장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카페, 제과점, 목욕탕, 노래방, 피시방, 학원, 고시원,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실내 체육시설 등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직무대행은 “법안 특성상 소상공인들은 그저 법의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릴 것”이라며 “이는 소상공인들을 예비 범법자로 규정하는 것이며, 장사를 접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중대재해법 통과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업계는 대안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법 제정이 불가피하다면 세 가지 사항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사업주 의무를 현실적인 선에서 구체화하고 기업이 의무를 다했을 경우 처벌 면제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을 ‘반복적인 사망사고’ 경우로 한정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